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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

by 한나

깊어진 가을 위로 바람이 웅웅 거렸습니다.
바람에 몸을 맡긴 잎들은 드디어 자유를 얻은 듯 보였습니다.
봄비에 쏟아져 내리는 벚꽃잎처럼 나뭇잎이 이리저리 나무의 몸에 부딪치며 우수수 떨어져 내릴 때 숲은 울고 있었습니다.
잎들이 나무로부터 독립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잎들은 앞 다투어 자갈 밟는 소리를 내며 날고 있었고, 나는 한참을 움직이지 못하고 서서 잎들과 작별하는 나무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별은 나무에게도 팔 한쪽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았습니다.
발밑에 노랗고 빨간 꽃밭이 만들어졌습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가슴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나무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올려다봤지만 온통 사물이 흐릿해 보였습니다.
이별은 슬픔이 아니라 경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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