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육수를 내며
아침이 바다냄새로 가득하다.
어느 바다를 헤엄치다가 그물에 걸려 예까지 왔는지 알 수 없는 고너리와 바위틈을 거처 삼고 한 생을 의지했을 다시마가 손에 손을 거쳐 종착지가 된 내 주방에서 그 몸이 부풀려지고 있다. 바다 물빛을 닮은 파랑색 냄비안에서.
요즘은 코인육수나 액상육수를 사용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입맛이 세련되지 못해
박스로 멸치를 들여놓는 일을 아직도 고집한다.
차가운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끓여 가면서 중간에 차가운 물을 한 두 번 더 보충해 주면 멸치는 몸을 열어 제 속 깊은 곳의 구수함과 시원함을 한껏 토해 놓는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사람도 오래 봐야 참모습을 알게 되고 무엇이든 앎의 시간을 거쳐야 속을 알 수 있다
우리 사는 일이 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바다냄새 가득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