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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라는 단어

by 한나


바보라는 단어

'바보' 하고 소리를 내 보면 오 하고 입을 동그랗게 말아서 뾰족하게 내밀게 되는데 내 느낌엔 상당히 귀엽고 예쁜 모양이 된다.
물론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나는 바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귀에 들리는 음도 좋아하고 어감도 좋아하고 뜻도 좋아한다.
내려다보고 작정하고 무시하고 놀리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왜 바보라는 단어 속에 애정이 있다고 느끼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나더러 바보라고 하면 나는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느낀다.
바보라는 말을 해도 될 만큼 내가 친근하고 편하다는 반증일 테니... 내 사고가 특이하다 해도 어쩌겠는가.
내 의식의 진원지가 어딘지를 나도 잘 알지 못하므로 이유를 설명할 순 없다. 다만 적당히 바보스럽게 사는 일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속도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살았다 진짜 속이 없는지는 확인한 바가 없어서 나도 모르겠다.
나 바보랑은 안 살아 하던 남편 말에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만 봐도 난 진짜 바보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의 그 말이 난 왜 그렇게 스스로 안심이 되든지.
내 생각의 출처를 모르기에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너무 속 차리고 사는 것보다는 적당히 바보로 사는 야무지지 못한 그 모습이 나는 좋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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