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ersonalization
8. 이인증 Depersonalization
나는 HK의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내가 TQ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갑자기 느껴진 내가 아닌 나를 보는 느낌. 처음 느낀 것 같았다.
그때 SF가 가게에 들어오는 모습에서 멈춘 남자아이와 그의 가족들을 보며 "이제 다시 봐줄래? TQ?"라고 했고, 나는 알겠다고 했다.
남자아이와 가족은 가게에 들어왔지만, 마치 가게 전체가 스크린이 된 것처럼 보였고, 의자나 식탁 또는 바닥에 상관없이 움직였고, 투명 인간 같았다.
남자아이는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부모는 서로를 밀치거나 물건을 던지고, 때리며 싸웠다. 특히 남자아이에게 손가락질하며 서로를 향해 심각한 비난을 쏟아부었다.
"너 때문이야!"
"뭐? 너는 뭐 잘한 게 있기나 해? 네 아들이나 잘 보라고!"
"뭐라고? 내 아들? 그럼, 네 아들은 아닌가 봐? 어?"
이런 식의 말을 계속 주고받았고, 그 모습을 보던 남자아이는 결국 몸을 움찔거리는 운동 틱이 생겼다.
또한 남자아이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마음을 신체에서 분리하기 시작했고, 몸이 어떻게 반응하던 자신의 부모를 관찰하는 관찰자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남자아이는 스스로 '엄마랑 아빠가 싸우는 건 나 때문이 아니야. 다른 남자아이 때문이야. 나는 그냥 눈이 떠지니까 사는 것뿐이야.'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남자아이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실감은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고,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현실을 부정했다.
그렇게 운동 틱을 얻고,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 상태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하지만 부모는 남자아이를 신경 쓰지 않고 항상 싸웠고, 그로 인해 남자아이는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언제든지 부모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 살았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며 내가 느낀 것들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친구들은 내 이야기를 신기해하며 들었고, 그래서 어떻게 남자아이가 부모를 죽인 것인지 궁금해하였다.
그래서 마저 과거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화면은 3개월 정도 이후의 남자아이와 부모의 삶을 보여줬다.
남자아이는 이미 많이 피폐해졌고,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음성 틱도 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서적으로는 이미 결여되었고, 부모가 하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자아이는 부모에게 "너는 미친 게 틀림없어!"라는 말을 계속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또 듣다가 결국 남자아이는 자신이 미쳤다는 게 진짜인 것처럼 느껴졌고,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 싫었다.
이렇게 느끼고 있었지만, 실제로 남자아이는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갑자기 부엌에 있는 칼이 눈에 들어왔다.
칼이 엄청나게 크게 보였고, 마치 장도 같은 느낌이었지만 정말 가벼워 보였다.
남자아이는 비현실적으로 큰 칼을 들고 부모에게 가서 자랑하고 싶었다.
그리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부모에게 가서 칼을 들어 보이며 "나 이렇게 큰 칼도 들 수 있어! 나 엄청나지?"라고 말했다.
이미 그때는 남자아이가 부모를 칼로 찌른 후였다.
그걸 모르는 남자아이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부모가 미웠다.
그래서 부모의 입을 칼로 찢어놓았다.
이후에는 자신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귀를 자르고 칼로 귓구멍을 파냈다.
그리고 자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눈을 난도질했고, 그다음에는 그냥 얼굴에 계속 칼질했다.
그러고 나서 남자아이는 자신이 부모를 죽였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자기에게도 칼질했고, 결국 죽었다.
내가 본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했고, 친구들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남자아이는 선택 인원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었다.
자살은 결코 선택 인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이인증이 아니라 좀 더 심한 느낌이었다.
정신증과는 다르게 현실을 인식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과연 이런 남자아이를 이인증이라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