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스스로 자신을 속이는 이유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나: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잘 지냈나요?
내담자: 네. 잘 지냈어요.
나: 오 그래요? 하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진짜 괜찮나요?
내담자: 이럴 때 보면 선생님은 진짜 나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아요. 괜찮지 않아요. 그런데 그 이야기는 하기 싫어요.
나: 아 그렇군요. 그래요. 꼭 이야기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그저, 내담자를 꿰뚫어 보는 느낌보다는 평소에 올 때와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그게 무슨 느낌인지 잘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이어서 물어봤던 것 같아요.
내담자: 티가 나요?
나: 어느 정도? 약간은 티가 나는 것 같아요. 아니면 내가 지금 상담사로서 내담자의 상태나 심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내담자: 음. 그러니까 내 생각이나 느낌이 표정 또는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네요.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어요.
나: 오, 그래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고 싶지 않을 때는 감추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걸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물어봤네요.
내담자: 약간 쪽팔린데요. 선생님한테 나의 진짜 모습이 점점 더 드러나는 것 같아요.
나: 쪽팔린다고 느끼는군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감추고 싶었던 모습을 감추지 못했을 때는 부끄럽고, 때로는 수치스럽거나 상대방을 증오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이렇게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야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도 괜찮나요?
내담자: 쪽팔리긴 하는데, 그래도 내 감정을 이야기하니까 조금 나아지긴 하네요. 증오까지는 아니고, 그냥 부끄러운 정도예요. 집에 가서 이불킥을 할 것 같아요.
나: 속 내용은 내담자밖에 모르는걸요. 아직 어떤 부분을 숨기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하지도 않았어요. 물론 내담자가 원하지 않으니까 시작하지 않을 거예요.
내담자: 감사해요. 우리 엄마랑 아빠는 내가 뭘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도 모를 거예요. 진짜 눈치 없어요. 그래서 엄마랑 아빠는 선생님만큼 나에게 관심이 있기나 할까요?
나: 그럼요. 내 생각이지만,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어딘가에는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내담자의 부모님을 비롯한 모든 부모들은, 자식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답니다. 이건 확실해요.
내담자: 그런데 왜 나한테 계속 강요할까요? 내 진짜 모습은 이게 아닌데.. 그래서 저는 엄마나 아빠가 원하는 대로, 보고 싶은 대로 볼 수 있도록 나를 속이고 있어요. 그런데 내가 부모님을 속인다는 사실을 엄마랑 아빠만 모르는 것 같아요. 엄마랑 아빠는 내 진짜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것 같아요.
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 줘서 진심으로 고마워요. 진짜예요. 부모님이 내담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느껴서 계속 보여주기식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 같은 느낌이군요. 내가 이해한 부분이 맞을까요?
내담자: 네 맞아요. 부모님한테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기도 해요. 이제는 나를 봐달라고 하지 않고, 그냥 보고 싶은 부분만 보라고 할 거예요.
나: 그래요. 내담자가 비현실적인 삶을 살게 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나는 내담자가 그렇게 살도록 두지 않을 거예요. 나한테는 부모님한테 보여주지 않는 모습들도 보여주고 노력하는데, 내담자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지 않을 것이에요. 약속해요.
내담자: 아.. 눈물이 나는데.. 멈출 것 같지 않아요.
나: 괜찮아요. 충분히, 울고 싶은 만큼 울어도 괜찮아요. 나 오늘 시간 많아요.
내담자: 감사해요 선생님 진짜..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내담자: 제가 너무 울기만 했어요.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나: 아니에요. 그래도 감사하다고 해줘서 나도 고마워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경험한 결과, 비현실적인 삶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거든요. 나는 내담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 나도 계속 노력할게요. 같이 힘내봐요!
내담자: 네. 감사합니다.
오늘 상담은. 도날드 위니콧 (Donald Winnicott)의 '거짓자기'라는 개념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아들은 엄마나 아빠가 자신을 바라봐주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세상과 동일시하는 방법을 부모에게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영아가 자라면서 점점 어린이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때 부모는 자녀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걷기 시작한 자녀가 달리려고 하다가 넘어진다거나, 옹알이를 하다가 갑자기 '엄마!', '아빠'등과 같은 단어를 말한다거나, 갑자기 스스로 옷을 입거나, 사진을 찍을 때 포즈를 취하는 등의 외적인 변화도 포함된다.
내면의 변화도 민감하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은데, 자녀들은 자신의 바뀐 모습을 부모에게 먼저 보여준다.
그때 부모가 자녀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기뻐해주고 칭찬해 주고 맞이해 줄 때 진실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비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비현실감이라는 부분이 생기면, 자녀의 성장에 중단이라는 브레이크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거짓자기'라는 부분이 나타나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의 반응이 없는 변화는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하고, 부모가 보고 싶어 하는 부분만 보여주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집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법이다.
하지만 자녀 본인은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모습이 지속된다면, 거짓 자기의 삶에 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행복이나 가치, 성취감 등과 같은 내적인 동기에 대한 부분은 느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희망이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을 많이 만났고, 봤고, 상담을 했다.
그래서 내담자가 이런 길을 가지 않았으면 했고, 부모가 해주지 못한 진실함을 나를 통해서 느꼈으면 했다.
다행스럽게도 나에게 어느 정도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생명을 위한 수많은 노력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거짓 자기와 관련된 부분인 '주지화'라는 방어기제에 대한 글을 작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