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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석 Aug 29. 2024

무지개 이불 같은 사람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무지개 이불 같은 사람

마인뜨락 심리상담후기

나: 안녕하세요. 잘 지냈나요?


내담자: 네. 잘 지냈어요. 선생님은요?


나: 저도 잘 지냈죠. 오늘도 내담자와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네요. 내담자도 잘 지냈다니 다행이에요.


내담자: 제가 지난주에 했던 이야기, 혹시.. 기억하실까요?


나: 네. 기억하고 있어요.


내담자: 아 그렇구나..


나: 제가 지난주에 했던 이야기를 기억한다는 부분이, 어떻게 느껴지실까요?


내담자: 부끄러워요. 쪽팔리고, 저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수치심도 살짝 느껴요.


나: 오, 그렇군요. 저에게 본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쪽팔리고 부끄럽고 약간 수치심도 느꼈군요. 


내담자: 네.. 솔직히 집에 가서 이불 킥 많이 했어요..


나: 그랬군요. 부끄러운 마음에 이불 킥이 나왔군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이불킥을 하고 난 후에 어땠을까요? 혹시 기억이 날까요?


내담자: 그냥 계속 부끄러웠어요.. 오그라드는 느낌이랄까요.


나: 오그라드는 느낌이었군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괜찮아요. 저랑 내담자만 알고 있으니까요.


내담자: 비밀유지 되는 거죠?


나: 그럼요. 당연하죠. 비밀보장은 확실합니다. 괜찮아요.


내담자: 다행이에요. 절대 부모님한테 이야기하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


나: 네. 부모님한테 이야기하지 않을 거예요. 굳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죠. 물론 내담자가 원하면 내담자가 직접 부모님한테 이야기하는 것은 괜찮아요.


내담자: 네. 알겠어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나: 고맙긴요. 당연한 거죠. 고맙다고 해줘서 저도 고마워요.


내담자: 칭찬 릴레이네요. 선생님을 보면 가끔 무지개 이불이 생각나요.


나: 무지개 이불이 갑자기 나타났군요. 무슨 이유에서 무지개 이불이 생각날까요?


내담자: 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 갖고 다닌 이불이에요. 아주 어린 시절,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계속 갖고 다닌 이불이거든요. 아기일 때는 사진으로 남아 있어서 알았어요.


나: 오! 애착이불이네요! 아직도 그 이불이 생각나는 거예요?


내담자: 네. 그 이불은 촉감이 좋았고, 항상 저와 같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빨래한다고 하면 슬퍼하고, 빨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적도 있었어요.


나: 우와. 기억력이 정말 좋네요. 기억 속에서 행복한 추억이 된 무지개 이불인데, 저를 보면 생각이 난다는 것이군요.


내담자: 네. 선생님을 볼 때 그런 생각이 드네요. 하하.. 부끄럽네요.


나: 세상에나. 정말 고마워요. 무지개 이불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좋게 생각해 주는군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저도 내담자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내담자: 제가 표현을 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무지개 이불한테는 제 생각을 전부 다 이야기했거든요. 어딜 가더라도 함께 하면서 모든 일상을 공유했는데, 선생님한테 제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네요.


나: 무지개 이불과 저의 공통점이 그 부분이었네요. 내담자의 말을 들어주는 것. 이게 아주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아요.


내담자: 그런가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나: 당연히 모를 수 있어요. 괜찮아요. 상담에 대한 부분은 제가 최대한 신경 써서 내담자를 위해 최선을 다 할게요.


내담자: 네. 감사해요. 오늘은 무지개 이불은 아니지만, 비슷한 그림을 그려볼까 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그릴 거예요. 괜찮겠죠?


나: 그럼요. 당연하죠.




애착이불에 대한 이야기는, 도날드 위니콧 (Donald Winnicott)의 '중간 대상'이라는 개념과 관련이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유아와 엄마 또는 세상과의 구별을 배우는 시기가 있다.


그때 유아들은 자신이 구별된다는 것에 대한 불안을 경험하게 되는데, 불안을 회피할 때 인형이나 특정 물건 등과 같이 무생물이라는 대상을 자신의 옆에 두곤 한다.


그 물건을 '중간 대상'이라고 한다.


대상이 없는, 즉 엄마가 없는 현실에서 어느 정도 보호를 받는다고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내담자에게는 그 물건이 무지개 이불인 것이다.


'중간 대상'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경험한다.


왜냐하면 '중간 대상'은 유아에게는 하나의 위안물이 되기 때문이다.


불안을 느끼거나 외로울 때, 억울하거나 분노하거나, 혹은 즐거운 일이나 기쁜 일이 있을 때에도 함께 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보호체의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기쁨도 나누고, 슬픔도 나눌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유아에게는 주관적이거나, 현실적인 상황 사이에 있는 환상 세계가 필요하다.


이 환상 세계에는 유아가 직접 통제할 수 있고, 현실에 있는 사물이 있다.


그 사물이 유아에게 위로를 제공한다.


마치 엄마의 젖가슴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담자가 나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나를 좋게 생각해 줘서 고맙고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내담자의 유아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어떤 유아 시절을 보냈을까?


나를 보면서 애착 이불이 생각났다는 것이 과연 뭘 의미할까?


이 부분은 부모 상담을 하시는 선생님한테 물어봐야겠다.


아마 내담자와 상담을 하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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