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없으면서 허세가 넘쳤고 능력도 없으면서 아이 셋을 낳았다. 그런 삶이 기댈 곳이란 노름판뿐이었겠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주제에 일확천금을 노렸다. 그런 자에게 떨어질 복이란 세상에 없었다.
자식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넨 적 없었다. 집에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많았고,어느 날 문 잠그고 들려오는 엄마의 통곡에 그가 떠났단 걸 느꼈다. 고작 몇 푼 되지도 않는 빚이 두려워 빚쟁이들 사이에 자식들 내던지고 야반도주했다. 그 업보를 저승에 선들 다 갚을 수 있을까.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그저 분노했다. 분노가 슬픔보다 무거운 감정인 걸 배웠다. 때때로 슬픈 순간에 나는 화가 났다.
그때 내 나이 아홉 살, 지금 내 아이의 나이였다.
"엄마의 엄마는 있는데, 왜 엄마의 아빠는 없어?"
천진하게 묻는 아이에게 하늘나라에 갔다고 거짓말했다. 부모가 자식을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가 슬퍼할까 봐. 누가 물어보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이 차라리 거짓말이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