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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May 16. 2021

올해 들어 몇 번째 실패인지

방금 문학지원사업에 지원했던 결과 확인했다.

실패다. 올해 봄은 연이어 실패다.

이젠 몇 번째인지 세지도 않게 되었다.

그 시간에 커튼이나 수선할 걸 그랬나, 실없는 생각이 든다. 과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결과도 과정만큼 중요하다.

희망이 초조함으로 바뀌었다가, 불안으로 바뀌었다가,

실패로 돌아온다. 원점이다.


 나는 다시 길을 모색하겠지만

떨어진 것 말고도 슬픈 이유는 하나가 더 있었다.


문학의 접수 건수와 선정 건수 모두 나를 슬프게 했다.

다시 보니 '전통' 분야 역시 운명적이게도

문학과 접수 건수와 선정 건수가 같다.

우리들은 이제 정말 쓸데가 없는 것일까.

스토리는 소비되고 있지만, 문학은 점점 길을 잃어간다.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전통은 잊혀도 될만한 것이다.

이렇게 언젠가는 먼지처럼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실패는 어쨌거나 슬프지만, 지원자가 600명이었다면

조금 덜 슬펐을 것 같아 더 슬퍼졌다.


작품을 구상할 때는 철학이나 과학, 정치 세계사 등

전반적인 인문학 책들을 두루 읽는다.

소설이나 동화는 잘 읽지 않는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언제부턴가

글은 작업이 되고 소설은 내게도 사치여서

열 권 중 두 권 정도가 다였으니

도 할 말은 없겠다.


슬퍼서, 잠깐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방에 들어박혀 소설책을 꺼냈다.


김이설 작가의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감정이 요동칠 때는 어김없이 소설을 찾게 된다.

습관이나 강박 같다.

에세이는 명랑하고, 인문학은 일 같고, 동화는 책임이고

슬플 땐 소설이 위로가 된다.


비도 오고 여러 번 맛본 실패는 오늘도 쓰고

소설은 여전히 여기에 있는데...

소설가는 사라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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