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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Jun 02. 2021

불안이 온다.


다시 찾아왔다. 불안.

'작가의 서랍' 속에 담겨있는

「저는 요즘 괜찮아요.」를 발행하지도 않았는데...

역시 이 녀석은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바깥에 나가 햇볕을 좀 쬐고

간단히 산책이라도 해야 한다.

내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단장하고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씩 옷깃으로

스며들어오는 불안에 잡아먹혀

누군가에게 반드시 발톱을 세우게 될 것이다.


이유 없이 손이 떨리고

가슴이 쿵쿵 뛸 때면 옆 방에 있는 남편에게 달려가


지금 나, 괜찮지?


라고 물어본다.


전혀 괜찮지 않은 모습으로 내가 물으면

남편은 내가 괜찮은 이유에 대해서 천천히 설명해준다.


아이는 잘 자라고 있고, 우리 사이도 원만하며

당신이 지금 잠깐 쉬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갑자기 목표를 잃은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몰입해서 읽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모두 반팔을 입고 있는데 우리 아이만 긴팔을 입고 있을 때,

숙제가 있는 것 같은데 그 숙제가 떠오르지 않을 때,

내 능력 밖의 미해결 과제가 나를 쫓아오는 기분이 들 때,


불안이 온다.


언제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나의 가장 친한 벗인 것처럼

익숙하고 교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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