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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Oct 22. 2021

약을 타러 가야겠다

일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먹지 않은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계절이 바뀌어 아이가 열감기에 걸렸고, 나는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으로 쏟아지는 잠을 이길 수 없었다.


  졸음이 시도때도 없이 쏟아져  다시 임신 초반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기면증에 걸린 것처럼 앉아있던 상태로 잠에 들고 나면 시간이 삭제되었다. 눈을 뜨면 오후가, 눈을 뜨면 아침이 되었다. 아이가 종종 나를 보챘다. 모든 기억이 꿈처럼 흐렸다. 몽중을 헤메이며 아이의 삼시세끼를 챙겨먹이고 점심과 저녁이 다른 감기약을 꼬박꼬박 먹였다. 그렇게 최소한의 할일을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잠이 쏟아졌다.  속에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엄마 보고싶어.


  울음이 섞인 목소리. 반쯤  눈으로 끌어안으면 아이는 나를 밀쳐내고 칭얼거렸다. 원치않는 잠이 오는 것은 불쾌하면서도 안락했다. 마음껏 졸음이 쏟아져본적이 언제였던가. 안정제로도 가라앉힐  없던 신경이 느슨해지니   같았다. 있었던  같지 않았던 며칠이 지나갔다. 생리가 시작되었다.


 통증이 다시 현실로 나를 끌어내렸다. 아이는 웃고 집은 나를 기다린다. 지난 며칠이 아득한 과거같다. 아직 낙엽은 떨어지지 않았다. 가을이다. 약을 타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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