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았다가 일어나기

행복의 단상 20211221

by 레오

책방 고양이 버본이 요즘따라 만져달라고 보챈다. 오늘은 책을 정리하고 있는데 다리에 몸을 부비다가 왜옹와옹 시끄러워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쭈구리고 앉아 한참을 쓰다듬어 줬다. 골골-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제는 그만 만져도 된다는 듯이 항상 누워 있는 의자로 폴짝 올라갔다. 그리고 이제는 저절로 나는 끄응-소리와 함께 다시 일어섰다. 무릎 관절에서 두둑-하고 소리가 났지만 익숙한 소리라 더이상 신경쓰이지 않는다.


그렇게 일어서서 내 두 다리를 보고 있다가 문득 이것이 행복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대학에 들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연골성형수술을 했다. 운동 좀 해보겠다고 이것저것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오른쪽 무릎이 퉁퉁 붓기 시작해 병원을 찾아가니 연골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애초에 연골이 기형이라 지금까지 모르고 살다가 이제 나타난 거라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 큰 병원에 입원해 전신마취 후 수술을 받고 나서 나는 차차 몸이 정상으로 회복됐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난 다시 앉았다가 일어설 수 있다. 정말 사소한 행동 하나에 뭘 그리도 감사하고 감동하고 행복하다고 말하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앉았다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서 그것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한 존재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숨을 쉰다는 것.

당신을 만나다는 것.

눈을 뜬다는 것.

키보드를 칠 손가락이 있다는 것.

한글을 안다는 것.

덧셈을 할 줄 안다는 것.

앉았다가 일어설 수 있다는 것.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

나는 불행한 사람이 아니라고 믿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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