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한 줄에 눌러 버린 구매 버튼

엄마

by 소화 데레사

난 엄마의 소비 습관을 참 많이 닮았다.

우리 엄마는 매우 검소한 분이셨고, 아끼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사셨다.

본인을 위해서는 가급적 돈 쓰는 것을 지양하셨지만 기부할 곳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 줄도 아는 분이셨다.

그런 엄마가 꼭 지키는 습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쌀과 우리 집 난방을 책임질 연료를 사는 습관이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집 창고에는 꼭 1년 이상 먹을 수 있는 쌀이 있었고, 기름보일러 시기에는 기름이 잔뜩 채워져 있었다.

집 한편에 있던 쌀뒤주에서 쌀을 꺼내 밥을 지으셨는데, 뒤주의 쌀이 다 없어지기 전에 틈틈이 확인을 해서 창고에 있는 쌀을 뒤주에 가득 채워 놓으시는 작업도 잊지 않고 계속하셨다.

식구가 많지 않아서 쌀의 소비가 별로 없다 보니 늘 햅쌀이 나올 때쯤이 되면 우리 집 창고엔 묵은쌀이 남아돌았다.

엄마는 그 쌀로 떡을 해서 소비하고, 가을 햅쌀이 나오면 또다시 1년 치를 구매해 저장해 놓았다.

그나마 난방연료가 도시가스로 바뀌면서 연료 사재기는 멈췄지만, 휴지, 비누, 샴푸 같은 생필품도 늘 몇 개월 이상은 쓸 수 있게 창고에 보관이 되어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엄마의 생필품 보관 모습에 "이 집은 전쟁이 나도 몇 달은 버티겠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내가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런가 나도 내 팬트리에 보면 수많은 종류의 생필품이 최소 몇 달은 살 수 있도록 구비되어 있다.

사실 요즘은 구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필요한 물건을 바로 다음날 새벽에 내 집 대문 앞에서 받을 수 있어서, 굳이 물건을 미리 사서 쌓아 놓을 필요가 없는 세상인데도 말이다.

누군가는 아파트 1평에 얼마인데 그 아파트에 물건을 쌓아 놓고 사냐고 한다.

물론 나도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내 이런 소비 습관을 버리는 것이 참 어렵다.

난 엄마처럼 전쟁을 겪은 사람도 아닌데 엄마의 소비 습관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오늘도 신문을 읽다가 일본 사람들이 미국과 이란과의 전쟁 발발 이후 화장지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기사에 난 일본 사람도 아닌데 쇼핑앱을 켜고 화장지를 검색해서 구매 버튼을 눌렀다.

분명 우리 집에는 최소 1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화장지가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쌓여 있는 생필품을 보면 마음이 든든한 것이, 엄마가 왜 그렇게 쌀, 연료, 생필품 등을 쌓아 놓고 사셨는지 이해가 간다.


여기서 잠깐..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자란 내 딸은 어떨까?

아직 학생이니 결혼 후 소비 습관은 어떨지 잘 모르겠으나, 현재 나의 딸은 문구류나, 화장품을 한번 살 때 넉넉하게 복수로 사는 편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도 이다음에 팬트리에 생필품이 넘쳐나려나?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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