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은 비가 왔다.
엄마는 늘 "가을비가 내리면 추워지고, 봄비가 내리면 꽃이 핀단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러니 오늘 내린 비는 온 땅을 촉촉이 적시며, 자고 있던 나무들의 세포 하나하나를 깨워 꽃을 피울 준비를 할 것이다.
봄이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3월이다.
이렇게 봄비가 몇 번 더 내리고 나면 온 사방이 꽃으로 뒤덮일 것이다.
엄마는 꽃을 참 좋아하셨다.
그중 배 꽃을 제일 좋아하셨던 것 같다.
배 꽃이 필 무렵이 되면 꼭 배 꽃구경을 가셨고, 엄마가 좋아하는 갈빗집에도 봄이 되면 배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엄마는 배 꽃나무 아래에서 살랑이는 봄바람을 얼굴로 맞이하는 느낌도 좋아하셨고, 그 배 꽃 향기와 함께 드시는 갈비도 무척 좋아하셨다.
식사가 끝나고 그곳을 나설 때면 주인장께, 꼭 배 꽃이 지고 배가 풍성하게 열릴 때 다시 오겠노라는 약속을 하셨다.
그 약속은 늘 지켜졌고, 가을이 되면 엄마는 주인장께 커다란 배 하나를 받아 들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 되어 배 꽃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꽃구경과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식당을 찾아 순례를 시작하곤 했다.
올해도 곧 배 꽃은 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