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비가 온다.
내가 어릴 때 엄마는 다른 것 보다 일기예보 확인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셨다.
다른 일을 하느라 앞 뉴스를 놓쳤어도 TV 뉴스 끝무렵에 하는 일기예보 시간이 되면 TV 앞에 앉아 다음날의 날씨 확인을 꼭 하셨다.
일기예보에서 비나 눈이 오는 것을 확인하면,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반드시 현관 입구에 우산을 놓아두고 주무셨다.
우리는 그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갔기 때문에, 돌아올 때 비나 눈을 맞는 일은 거의 없었다.
혹시라도 일기예보에 눈 비 소식이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눈이나 비가 오면 엄마는 어김없이 우산을 들고 학교에 오셔서 건물 앞 실내화 갈아 신는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시곤 했다.
초등학교 때는 한 학교에 아이들이 모두 재학 중이었으니 괜찮았지만 큰 언니가 중학교 입학 후 에는 큰 언니 가방에는 매일 우산이 상비되어 있는 듯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도 일기예보 챙겨 보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은 꼭 뉴스 말미에 하는 상냥한 기상 캐스터의 일기 예보를 확인하지 않아도,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날씨 확인은 어렵지 않지만 그래도 어릴 적 습관대로 일기예보 시간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TV 앞에 앉곤 한다.
내가 어릴 때 기상캐스터 하면 단연코 고 김동완 님(1935~2024년, 89세로 별세)이셨다.
하얀 종이 위에 매직으로 고기압 또는 저기압을 나타내는 고 와 저 를 사용해서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날씨를 설명해 주셨다. 그분의 인기는 요즘 어느 연예인 못지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난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언니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아냈다.
아.
글쎄..
우리 엄마께서 90이 훨씬 넘어 90대 중반에도 우리 언니가 차를 안 갖고 나간 날에 비나 눈이 오면, 언니에게 뭘 타고 언제쯤 오냐고 확인 후 버스 정거장으로 우산을 들고나가셨단다.
난 엄마가 그 연세까지도, 자녀들 비 맞을까 걱정은 할 수 있고, 우산 챙겨가라고 말씀은 하실 수 있어도, 환갑이 다 되어 가는 딸에게 우산을 갖다 주러 나가셨는지는 정말 몰랐다.
엄마가 노구를 이끌고 한 손으로 우산을 받고, 한 손엔 딸에게 줄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서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이것이 진정 엄마의 사랑인가 또 한 번 느끼면서,
과연 엄마의 사랑의 끝은 어디일까 생각해 보았다.
오늘도 난 어제 일기예보를 확인 한 덕에 우산을 갖고 외출해서 비를 한 방울도 맞지 않았다.
엄마가 내 옆에 계셨으면 나한테 "우산 갖고 나가거라" 하셨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