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급급여률령사바하 10

시대해학풍자소설

by 최정철 Jong Choi

어쨌거나 씩씩하게 방으로 들어선 괙천조와 김씨녀, 차려 놓은 주안상이 눈에나 들어오겠느냐? 한쪽 발로 주안상을 윗목으로 주욱 밀쳐놓고는 신랑이 신부 족두리 벗겨주네, 옷고름 풀어주네, 하는 곰살맞은 짓이야 펄쩍 건너뛴 채 그 길로 입은 옷들을 각자가 알아서 활활 벗어부치는 것이렷다?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몸들이 되자마자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유형 입수 폼으로 냅다 원앙금침으로 뛰어드는데 마치 맞게 농익은 육덕의 신부와 총각 딱지 떼어 보지도 않은 싱싱한 신랑이 서로 부둥켜안고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둥아리도 덥썩 빨아보고 과연 이것이 내 짝인가 상대방 양쪽 귓바퀴 잡은 채 물끄러미 낯짝도 들여다보고 하다가 이윽고 씨근덕 쌔근덕 합궁례로 들어가니 그런 천생배필이 없었던뎌, 짓찧어대는 괙천조의 방아 짓에는 요 얼마 전에 개통된 경부선 철마 같은 힘이 펄펄 끓어 넘쳐나고, 이에 질세라 십 년 동안 먼지만 폴폴 날렸던 김씨녀의 궁(窮)뎅이는 바야흐로 응(應)뎅이가 되어서 지화자 신명을 내며 원무(圓舞)를 추어대는고녀.

어쨌거나 신방 정경이 그렇게 기운차게 돌아가는 중에 유월이는 마당에서 팔자타령을 늘여 놓기를.

“허이고, 우리 아씨는 좋겠네! 이제는 호강살이만 남았구나. 그나저나 이내 년은 언제 저런 복을 누리는고?”

그러다가 옆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구봉사를 쳐다보니, 이 영감탱이는 또 뭐가 속이 탄다고 지청구를 늘여놓고 있겄다?

“거참 요상타!······ 혹시 사람이 바뀐 게 아닌가? 그럴 리는 만무일 텐데?······ 이놈이 남의 속을 태우고 애간장을 녹이려 그러는 겐가? 이거야 긴가민가하니 내 답답해 죽겠구나!”

“아니, 영감님은 아까부터 뭐가 자꾸 요상타 요상타 하시는 거요?”

“그럴 일이 좀 있어, 내가!”

“그만 구시렁거리시구, 주안상 봐 드릴 테니 술이나 드시오.”

“그건 그리하게.”

종놈들의 한 편에 앉아 유월이가 차려준 술상 끌어안고 술잔 기울이던 구봉사, 이를 지긋이 물며 다짐을 해 보거늘.

“여기서 기다려보면 지놈이 나와 보겠지. 이제 와서 날 아는 척 아니 했다가는 가만두지 않으리라!”

구봉사가 이처럼 주가 놈을 기다리는 중에 문제의 주만동이놈, 어찌어찌 물어왔는지 이제야 집안에 낯짝 들이대고 두리번두리번, 천근 근심 어린 표정으로 집안을 들어서다가 홀연 차양 아래에 도리 방석 깔고 앉은 채 술잔 기울이고 있던 구봉사를 보고는 슬금슬금 다가가 앞자리에 앉는고녀.

“저······, 영감님?”

이것은 분명 기다리고 기다리던 귀에 익은 목소리렸다? 구봉사가 드디어 화색이 되는구나!

“잉? 주, 주서방인가?”

“예, 저올시다.”

“그럼 그렇지! 자네 아까는 목소리를 변성해서 날 놀린 게로구먼? 예이 이 사람, 난 또 뭐가 잘못된 줄로 알고는 얼마나 노심초사했는데, 헤헤헤······. 그래, 맛이 참 좋지, 응?”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주만동 저 지은 죄가 있으니 그저 묻는 말에 대답이나 잘해야 하는 즉.

“······예, 맛 좋습디다.”

“헤헤헤!······ 아, 뭐가 그렇게 맛있던가?”

“예······, 저기 저······, 남문 밖 막걸리가 참 맛있었소.”

“또 날 놀리는가? 그러지 말고 말해 봐. 과수댁 손맛이 좋던가 아니면 그, 그 앵도 같은 입술이 맛있던가?”

“허 참!······ 나 아직 과수댁 손 끝자락도 못 봤소.”

“이 사람이, 이렇게 숫기가 없긴? 아 색주가 큰 애기 엉덩이는 잘도 들여다보는 위인이 오늘은 왜 그래?”

“영감님? 혹시 그 과수댁이 다른 놈하고 벌써 혼례를 치른 게요?”

어라? 이건 또 뭔 새 뒤집어 나는 소리인고?

“엥?! 그게 무슨 소린가? 그게 무슨 소리여?”

“아, 과수댁이 벌써 혼례를 치렀냐고요?”

주만동이의 애가 타는 질문이 구봉사에게는 이제 와서 딴 수 부리는 허튼 소리로 들렸겄다?

“예끼, 이 몹쓸 사람! 사람으로 되어 나서 어찌 그리 의리가 없단 말인가? 자네가 나와 맺은 약조를 버리자고 지금 이러는 게 분명쿠나, 응?”

“내 지금 무슨 얘기하시는지 통 모르겠소.”

이러니 구봉사가 분통이 안 터지리오!

“이놈이 끝내 나를 외면하려 드는구나! 운수대통시켜 달라고 날이면 날마다 나를 붙잡고 목을 놓던 위인이, 내가 내준 묘책으로 소원성취하더니만, 이제는 종내 모르겠다고? 인정이 그리되면 안 되리, 뒷간 갈 때 나올 때가 어찌 그리도 천양지차인가? 몹쓸 사람이로다, 자네가 그여히 앙급전신을 당하려니, 내가 하는 한마디로 이 혼사가 끝장이 날 텐데, 그래도 시치밀 땔 텐가?!”

“숭례문에 들어서서 여태 기다렸어도 아무 연눔도 아는 척을 않습디다. 그래 내가 하도 답답해서 과수댁을 물어물어 찾아 왔거늘, 지금 무슨 말을 그리 하신단 말이오? 아이고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구나!”

여기까지 얘기가 오고가고 보니 서로 질질 끌며 어긋장 놓던 얘기가 대충 정리가 될 터.

“그러면! 지금 저 안에 들어가 있는 건! 자네가 아니고! 다른 인간이다, 이건가?!”

“날랑은 모르겠소!”

구봉사 역시 울상이 되어 가슴을 쳐 대는고녀.

“아니, 어쩌다 일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는가, 응?!”

“나는 분명히 제일 먼저 남문으로 들어왔소.”

“그게 분명해여? 아, 그게 분명하냐고!”

“수문 군사도 그럽디다, 내 앞에 아무도 들어간 자 없었다고.”

“그게 몇 식경이었는데?”

“오포 소리에 깨자마자 들어왔소.”

허허, 오포 소리라. 중화참 무렵을 알리는 그 오포 소리에 깨어난 주제에 제일 먼저 남문 출입이라? 구봉사, 분통이 있는 데로 터질 수밖에.

“예라, 이 덜 빠진 놈아! 그 오포 소리가 언제 터지는 줄이나 알고 지금 큰 소리치는 게냐?”

“뭐, 중화참 되기엔 한참 전입디다.”

“똥 싼 주제에 매화타령이라고, 네놈이 분명히 술에 취해 잠에 곯아떨어진 게지! 에라, 이 복을 줘도 발로 차는 놈아! 꼴 보기 싫으니 어서 썩 나가 뒈지거라!”

“아이고 영감님, 나도 사람인지라 그 천근 무게로 쏟아지는 잠을 어떻게 이겨낸단 말이오? 참느라고 무진 애를 썼는데도, 그놈의 잠 귀신이 그여 나를 봉패시키고 말았소. 내 잘못이 아니고, 바로 그놈의 잠이 웬수라, 날 탓하지 말고 나 좀 어떻게 하여주오!”

“이 답답한 놈아, 이제 와서 뭘 어떻게 해주어?!”

“가서 진짜 천생배필이 여기 왔다 하고 과수댁 좀 불러주오. 그 혼례 취소하고 나와 다시 하라 해달란 말이오! 이놈 목숨 곧 죽겠소, 아이고 엉엉엉!······”

“예이 이놈아, 천하에 빌어 처먹다 급체 맞아 뒈질 놈아!······”

구봉사가 주만동의 멱살을 잡고 죽일 놈 살릴 놈 하며 소란 피우는 것을 강집사와 종놈들이 죄 달려들어 뜯어말리는 중에 안방 쪽문이 열리고는 아직도 상기된 채 발그레한 김씨녀의 얼굴이 내밀어지는데, 오붓한 시간을 망가뜨린 놈이 어떤 놈인고, 하는 불쾌한 표정이 역력하고녀.

“강집사, 무슨 소란이 이리 심한가?”

“예, 어디서 오신 손님 한 분이 영감님께 곡소리 나게 혼이 나고 있습니다요!”

“아니, 영감님? 그 사람은 누구관데 남의 집에서 대성통곡을 하오?”

“이놈이 오늘 운수 대통했소그려. 그게 겨워서 이러고 있는 게요.”

그제야 괙천조도 한마디 훈수를 할 참으로 얼굴을 내미는데 첫눈에 주만동을 모를 리가 있겠느냐?

“아니, 저 양반? 거, 혹시 주형 아니시오?”

“서방님이 저이를 어찌 아셔요?”

“어젯밤 남문 밖에서 밤을 같이 지샜더랬소. 그 참 인연일세그려.”

구봉사가 그 말을 흘리지 않았으니.

“뭬이? 남문 밖에서 같이 밤을 지샜다?!”

주만동이가 안방에서 저를 알아주는 사내를 바라보니 목소리도 설지 않고 꼴세도 얼굴에 검정 끼는 벗겨졌어도 분명 어젯밤의 괙천조인지라, 바로 저놈이 내 자리를 꿰차고 앉았단 말이더냐? 이런 기가 찼다가 도로 뚫렸다 난장을 칠 일이 세상천지에 어디 또 있더란 말이냐! 우리의 주만동이, 이제는 그저 입 쩍 벌리고 주저앉아 소 울음으로 대성통곡만 할 수밖에! 괙천조가 이제 주만동을 반기려고 마당에 내려서며 부연하기를.

“분명 그랬소이다. 그나저나 여보 주형, 그여 새장가를 가셔서 운수대통은 했나 보오만, 어찌하여 여기까지 와서 감격을 한단 말이오?”

앞뒤 사정 모르는 괙천조의 말을 듣고 나서 구봉사가 무릎을 치며 한마디 하는데.

“아뿔싸!······ 내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이제야 알게 되었어, 허허허!······ 과연 내가 짚은 점괘가 딱 맞아떨어지긴 맞아떨어졌구나! 과수댁의 천생배필은 바로 저 사람임이 틀림없고, 애시당초 네놈의 천생배필은 따로 있었으니······. 이보게 주서방, 내가 자네 새장가는 꼭 가게 해 줄 테니 울음을 그치고 일어나게.”

“예에? 그게 참말이오?”

“자네 천생배필은 여기 이 댁 아씨가 아니라, 알고 보니 바로 유월 처자였네.”

“어, 어떤 처잡니까요?······”

“어이, 유월이? 자네도 내가 이른 말 기억하는가? 자네하고 아씨하고 같은 날 혼례를 치를 것이며 방향도 같은 쪽이라고 말일세.”

한쪽에 물러나 있던 유월이 주만동을 훑어보는데 썩 달갑지만은 않은 표정인뎌.

“말씀이야 그리 하셨습죠만.”

“자, 여기, 자네 천생배필이 나타났네.”

“이 양반이 내 배필이라굽쇼?”

“어김없는 자네 배필이니 어서 혼례나 치르게.”

그 와중에도 제 주제 모르는 주만동이 유월의 덩치와 자태를 훔쳐보고 한다는 말인즉.

“영감님, 저 처자는 싫소. 아무렴 내가······.”

옛적 도화동 심봉사는 황후 된 청이 얼굴 어떡하든 보고 싶어 안달심에 눈을 떴다지만, 구봉사 눈은 터지는 열화 통에 뜨일 기세라.

“이놈이 그래도?! 유월이, 아직 목욕물 남았는가?!”

유월이 본때 있게 팔을 걷어붙이며 나서는데 아무래도 독이 잔뜩 오른 표정이렸다?

“물이야 충분합죠!”

그러고는 주만동에게 다가가 그의 뒷덜미를 잡아채는데 주만동이 유월의 손길에 붙잡혀 쩔쩔 매는 꼴이려니.

“내 비누를 달구지 째로 갖다 놓길 백번 잘했소. 갑시다, 고갱이하고 밑천만 남겨놓고 죄다 벗겨내 줄 테니!”

“아, 아니, 이 처자 이거 왜 이러는가? 아, 이것 좀 놓고 말해, 이 사람아!”

“잔말 말고 따라나 와욧!”

유월이 버둥대는 주만동을 애 다루듯 손쉽게 끌고 욕탕으로 들어가자 구봉사가 앙천대소를 터뜨리는고녀.

“그러고 보니 오늘 내 손으로 천생배필을 두 쌍이나 만들었구나! 아하하하하!······”

이에 괙천조와 김씨녀가 더불어 인사를 올리는데.

“감축드리오이다, 영감님.”

“봉사 영감님 덕분에 나뿐 아니라 우리 유월이도 구가장을 했으니, 참 오늘이 복된 날은 복된 날이오. 내 사례를 두 배로 해 드리리다.”

“두 배 사례라? 거, 고마운 말씀이요, 에헤헤헤······.”

구봉사가 가가소소하는 중에 욕탕에서 두 사람의 아웅대는 소리가 들리기를.

“가만히 있지 않으려오?! 좀 밉시다, 예?”

“아이고 이 사람아, 나를 아예 껍질을 벗겨 죽이려는가? 살살 좀 해!”

“뭔 놈의 때가 이리 많소? 이러다 올해는 때 풍년들겠소, 때 풍년!”

듣고 있던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안 할 수 있으리오. 어쨌거나 이렇게 구가장을 한 김씨녀와 졸지에 횡재를 한 괙천조가 그 이후로 백년해로를 달게 하였다 하니 오늘날에도 어디에선가는 괙씨가 제법 번성하고 있을 것이려니······. 한편, 우리의 주가 놈도 듬직한 유월이의 알뜰한 남편 수발 덕에 그나마 남은 인생을 요족하게 잘 살았다고 하는지라.

허허허······. 어화 세상 사람들아, 이내 말 좀 들어보소. 넓고 넓은 천지간에 사람 형상도 가지각색, 이렇게 사는 사람 저렇게 사는 사람, 생로병사 하는 중에 희로애락이 변화무쌍일세. 인생살이 살다보면 겪을 일도 많을진대 이렇게도 흐르고 저렇게도 흐르는 것. 만복(萬福)이라 자랑말고 천복(淺福)이라 한탄마세, 과욕망상 떨궈내고 굳은 뜻을 앞세우면 따르는 게 천운이요 만사가 형통이려니. 부디 전심전력하여 즐겁게들 살아나 봅시다그려. 시화연풍(時和年豊)이라, 시화연풍이라. 더질더질······.

이전 09화옴급급여률령사바하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