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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철 Jong Choi Sep 13. 2022

내 글과 교감하기

글 찾아 떠난 길



소피아에서의 오늘의 잡상.


글 쓰다 보니 옛 생각 난다.

대학 시절, 이외수의 장편소설을 읽다가 그 책 쓰레기통에 집어던진 일 있었다.

다른 책을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 중간 이상을 진전 시키지 못하였다. 

다시 쓰레기통 행이었다.

던지면서 쓰레기통에게 미안하기 까지 했다. 더럽히는 것 같아서. 


1980년대 중반 즈음의 이외수 글은 진짜 쓰레기였다.

문학적 표현이라는 가식 하에 온갖 말장난을 가져다 붙임으로써

원고지 분량만 늘이는 그런 글이었다.

이외수는 필력이 없었다. 

그저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빛났을 뿐.


이효석이 왜 존경 받는 문학인인가?

그는 ‘흐벅진 달빛 아랜 굵은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한 메밀꽃' 

그 한 문장으로 대문학가로서의 빛을 얻었지 

그의 글 내내 소금에 간장에 국거리가 노상 쫓아나온 것 아니다.

하지만 이외수의 글은 골목길 어귀에 낙엽 뒹구는 모습 가지고

200자 원고지 두어 장 분량을 소모하고 있었다.

읽다가 이가 갈릴 지경이었다. 

그 뒹구는 낙엽에 인물의 감정이 배어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단순한 주변 상황을 불필요하게 의인화까지 해가며

중언부언 말을 늘이는 식이었다.

'달 빛을 보여주려면 그것이 반사되고 있는 

깨진 거울 조각을 들어 보여 주어라'

안톤 체홉이 남긴 말이다.

주변 물체나 상황을 묘사할 때 

이런 식으로 인간의 내면을 투영하여야 

문학이 되는 것이다. 


이외수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미안하나,

그의 인간적 면은 내가 전혀 모르니 그 부분은 일절 말 할 것 없고, 

그의 문학성만 얘기하자면 그것은 정말 개똥이었음이요, 

오늘 내가 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경계의 일척 대상으로 삼고 있음이다.


내 글은 잔말이 없다.

가끔가다 문학적 장치를 쪽 팔려하며 조금씩만 설치하곤 한다. 

문학적 표현도 어느 정도껏 해야 하는 것이다.

이외수 스타일의 글은 20세기 말 소설 세계의 한 켜를 제대로 지겹게 만들었다.


1990년대 글은 다른 면으로 또 가관이었다.

1980년대 중반 즈음부터 시작한 일본의 댄디즘 사조를 흉내 내는 글이 

이 땅 천지를 다 뒤덮지는 않았으나 매우 각광 받았다. 

멋있게 여긴 것이다.

그런데 읽고 나면 미장센은 빡쎈데 

액션은 보이지 않는 그런 허영덩어리 글이 많았다.

특히 신진 여류작가들이 그 몰지각한 짓을 일삼곤 하였다.

그것으로 자뻑하는 것이었다. 

시 분야도 그랬다.

나는 그래서 그 즈음 여류시인 소설가들을 외면하였고 

심하게 말하면 경멸까지 하였다. 


오늘날의 글은 어떠한가?

그저 블로깅 수준이면 좋아요 클릭 엄청 받는다. 

진정한 문학은 가뭄에 콩 나듯 찾아보기 힘들다. 

이외수적 가식이 없고 블로깅적 싸구려 감각이 없으면서도 

세계적 문학작품으로 일떠진 글이 있으니

파칭코다. 

읽었으면 비교해 보시라.

어떻게 다른지. 

무엇이 문학인지.

답 나온다. 

문학은 인간 내면을 두들기면서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이지

인간 주변의 상황을 예쁘고 멋있고 환상적이고 우아하게 

원고량 왕창 늘려가며 끼적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오늘 내 글과 교감하여 얻은 생각이다.  

'인간 내면 두들기기'가 남는군....



* 지난 14일간 이곳 소피아에서 원고지 6백 매 분량을 휘갈겨 왔다. 

남은 스토리를 예상하면 앞으로 3백 매 정도 더 나갈 것 같다. 

초벌이기에 다시 전체를 다듬으면 1천 2백~3백 매 될 것인데,

그렇게 다듬고 나서 다시 1천매 이하로 줄일 생각이다. 

장편소설이라면 꼭 1천 2백~3백매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지난 장편 소설 두 편을 그렇게 썼으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 예전에 타인의 자서전을 세 권 썼었다. 

역시 그들은 장편소설 분량을 요구하였다. 

그래야 자신의 인생이 두툼해 보이는 것으로 착각들 한 것이다. 

철 없이 고집부리니 써 주었다.

내 책 아니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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