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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罘罳)

잡학은 꿀맛이다

by 최정철 Jong Choi


부(罘)는 사냥에 쓰는 그물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토끼그물(兔罟)’이라 하였다.

시(罳)는 담장의 뜻과 함께 ‘대문 밖이나 성 모퉁이 위에 설치한 그물 모양의 구조물’

‘처마에 설치해 새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은 철망’의 뜻도 갖는다.

옌타이꾸냥(연태고랑)이라는 맛난 중국술이 있다.

옌타이꾸냥, 산둥반도 연태 지방의 어여쁜 아가씨라는 뜻이다.

옌타이의 옛 이름이 즈부취(芝罘區 지부구)다.

옌타이에 산이 있다.

진시황이 불사선약으로 알려진 버섯을 찾아 이곳을 세 번 찾아왔다.

황제 행차해 올 때마다 옌타이 백성들은 고역에 빠졌다.

길 닦는데 세금이 중과되었고 장정들은 길 닦는 공사에 동원됐다.

황제가 세 번째 순행 때 도중 죽었다.

환호작약 옌타이 백성들은 옌타이의 산을 즈부산(芝罘山)이라 불렀다.

황제가 다시 올 일 없음에 '상서로운 버섯(芝)을 지킨 그물(罘)' 뜻으로 만든 이름이다.


두보(杜甫)의 시에

“부시는 아침에 모두 내려앉고(罘罳朝共落)

서까래는 저녁에 함께 기울었네(棆桷夜同傾)”

라는 명구가 있다.

두보의 시에서 부시가 궁궐을 의미했듯이 부시(혹은 부, 시, 한 글자만 쓰기도 한다)는

왕궁 전각에 주로 쓰였다.

전각 부시의 기능은 비둘기 등의 새들로부터 처마 밑을 보존하는 것이다.

근래 웬 정신 나간 종자가 경복궁 담벼락에다 음란한 웹사이트 계정을

스프레이로 휘갈겨 놓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것은 문화재 훼손이라는 심대한 범죄 행각이다.

붙잡아 하늘 보고 누여 장 백 대 힘껏 내려치고 유배 천 리 보내야 한다.

전각 처마는 부시로 보호할 수 있건만 궁 담장은 어떤 부시로 보호할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네 문화재 사랑 정신과 높은 인성을 부시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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