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최정철 Jong Choi
Dec 30. 2023
조선 유림이 목을 걸고 지켜내린 주자가례에는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어동육서니 하는 제삿상 차림 얘기가 일절 없다.
다만 사대부로서 갖춰야 하는 제수를 말하는데, 돼지, 토끼, 생선, 대추, 밤, 김치, 젓갈, 기장밥 혹은 메기장밥, 국, 산적, 장조림 등이 열거되고 있다.
이것은 주자가 제 어미의 제삿상에 올리는 제수를 말한 것이요, 게다가 녹봉을 받는 자들이나 어찌어찌 해낼 수 있는 것이기에 벌이가 없는 자들에게는 큰 짐이 되는고로 성호 이익은 간소한 젯상 차림을 말하는 서인가례를 만들어 관습화하자는 주장을 펼치기까지 했다.
흥미로운 제수 예법이 있다. 중원 춘추시대 사람으로《춘추좌전》을 쓴 좌구명이《국어》에 이런 예법을 언급하고 있다.
"대부는 평소 돼지를 먹으니 제사에 소를 올리고, 사대부는 평소 생선을 먹으니 제사에 돼지를 올리고, 서인은 평소 채소를 먹으니 제사에 생선을 올린다."......
해석하자면,
꼭 돼지니 생선이니 채소니를 따르라는 것을 아닐 것이고, 다만 뭐든 간에 생전의 상복 음식보다는 한 단계 윗급을 써서 예를 표한다는 것일 게다.
제삿상 차림은 정해져있지 않으니고인이 생전에 좋아한 음식을 올리면 된다는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의 의견은 최적으로 현실적인 탁견이다.
여기에 나는 상복 음식과 함께 한두가지 정도는 윗급 음식을 함께 올리는 것도
좋으리라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