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월 Aug 23. 2023

1일차

1부

1일차 (1부)


7월 21일(금)


2023년 7월 21일 금요일 필리핀 현지 시간 새벽 4시 15분 마닐라 국제공항에 도착했다.(필리핀은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전날 저녁 8시 3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짐 붙이고 이것저것 하다 새벽 12시 45분쯤 비행기를 타고 4시간 비행 후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았다. 드디어 필리핀 마닐라다.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유튜브에서 열심히 정보를 찾았었다. 나는 간혹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긍정적인 정보를 더 많이 찾아본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시도는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하고 어차피 하기로 결정한 순간 부정적인 정보(꼭 필요하기도 하지만) 보다 긍정적인 정보가 스트레스도 줄여주고 도움이 더 된다는 나만의 경험 때문이다.


그렇게 필리핀에 대한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 수집하면서 얄궂은 유튜브 알고리즘 프로그램 덕분에 클릭해 본 ‘필리핀 오지마세요’ ‘이건 꼭 조심하세요’ ‘필리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와 같은 영상 덕분에 출국 몇 일 전 항공사에 비행기표 취소 전화까지 하게 되는 불상사를 낳았다. 그런데 프로모션 티켓으로 취소 불가라는 한국말을 완벽하게 구사하지만 어딘가 조금 어색한 항공사 직원의 말을 들었던 차다. 결국 돈이 아까워 어부지리로 일사천리 짐을 싸고 떠난 여행길인데 내 발은 공항 로비에 묶여서 도통 움직일 여지를 보이지 않았다.


공항 로비의 딱딱한 의자에서 2시간을 버텼다. 그렇게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데 대니(아들, 중2)는 내 속도 모른 체 옆에서 계속 짜증을 낸다. 기분을 달래주러 버거킹을 갔다. 가장 익숙한 와퍼 콤보를 시켰다. (햄버거, 콜라, 감자튀김을 우리는 세트라고 하는데 여긴 combo라고 한다.) 가격은 한국 보다 약간 저렴하다. 그런데 이곳은 콜라와 감자튀김 사이즈가 상당히 작아서 그것까지 감안하면 버거킹 햄버거 가격은 서울과 얼추 비슷한 느낌이다. 매장에서는 끊임없이 한국 음악이 나왔다. 대니가 “엄마 여기 한국 같은데 간판만 영어야” 한다. (헉!! 이런)


햄버거 덕분에 잠깐 좋았던 대니의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하긴 전날부터 꼬박 10시간을 공항에서 보내니 힘들만도 하다. 결국 대니의 성화에 못 이겨 공항을 벗어나기 싫은 내 발을 어렵게 끌고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공항 근처라 그런지 총을 든 가이드가 여러 명 눈의 띄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필리핀 경찰은 기본이고 건물을 지키는 모든 가이드는 기본적으로 총을 소지하고 있다. 어디선가 필리핀은 일반인도 총 소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나중에 우리 여행에 늦게 합류한 남편이 그 총 상태를 흘깃 보더니 엄청 오래된 총이라 실제 총알이 발사되는지 의심스럽다 했다.(남편 뇌피셜임. 사실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만큼 위험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총을 갖고 있는 흔한 가이드들 덕분에 안심되는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공항 문밖을 나왔는데 생각처럼 그렇게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뭐 사람 사는 동네가 거기가 거기 아닌가 싶다.) 또 유튜브에서는 마닐라 국제공항 근처에서는 그랩 택시 잡기가 힘들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잡혔다. 그랩이 약간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나 같은 여자에게는 참 좋은 거 같다. 부르면 바로 오고 흥정할 필요 없고 목적지까지 에둘러 가는지 의심할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사실 요즘은 구글 지도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일부러 다른 데로 돌아서 목적지에 가더라도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나쁜 마음 먹은 택시기사에게 대처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어러니 저러니 마날리에서 안전한 이동 수단은 그랩만 한 것이 없다. 나중에 현지에 정착해서 사시는 분을 만났는데 그 분도 내 의견에 동감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랩 택시도 1년에 한 두 번은 사고가 생긴단다. 하지만 그런 사고를 당할 운명이면 한국 어디에 있어도 마찬가지 일거라 하셨다. 이렇게 우리는 하루하루 스스로 끊임없이 합리화하며 사는 것 같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