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흐까 까 남헤 _ 이름이 뭐니
성 구석구석 한바퀴를 돌아도 두 세 시간이면 충분한 작은 성이다.
그래도 인도 답게 골목마다 만날 사람들이 가득하다.
‘Life is journey’는 가능한 피해다니느라 바빴지만 다시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았다.
‘문리’는 힌두어를 가르쳐 준 친구이다. 역시 인도인답게 제일 먼저 가르쳐주는 단어는 ‘압흐까 까남헤’였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란 뜻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은 ‘압흐까 꺄할레 – 미 치쿠’ 이다. ‘How are you? - I’m fine’이란 인사말이다. 나에게 배워간 한국어는 ‘잘자’.
하루에도 여러번 마주치는 사이라 만날때마다 가르쳐 준 것을 복습하고 저녁 시간 헤어질때는 –잘자-라고 인사했다.
항상 한적한 숙소 루프탑은 사막 기후를 맘껏 누릴 수 있는 곳이었다.
어릴적 읽던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본 듯한 장면처럼 해는 쨍하게 내려쬐지만 건조한 바람이 함께 불어주는 덕분에 차양 아래는 드러눕기 딱 좋은 상태가 된다. 화려한 알라딘 바지를 입고 더 화려한 쿠션에 누워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었다.
토스트와 인도식 중국 음식이 웬만한 식당보다 맛있고 양도 많게 내어줘서 저녁은 보통 숙소 루프탑에서 해결했다. 오늘 아침으로는 수북히 담아준 초면을 먹었다. 방금 감은 머리를 햇볕에 구워가며 천천히 시간을 때웠지만 겨우 낮 12시밖에 되지 않았다.
자이살메르 성 안에는 유독 세련된 카페가 있었다. 2층 테라스에 야외 테이블을 여럿 두고, 이곳에서는 드문 시나몬 애플파이가 시그니쳐 메뉴이다.
이곳에서는 비싼값일게 분명한 Apple pie&ice cream을 파란색 페인트로 크게 써 두어 백인 관광객들만 가득한 곳이었다.
카페 메뉴는 생각보다 더 비싸 바나나 라씨 한 잔에 90루피, 오르차 성 레스토랑 ‘쉬즈마할’ 보다 가격이 더 나간다.
큰 키의 백인 남자가 ‘Execuse me’하며 실례를 구하면서 같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북적북적한 가게의 합석은 흔한 일이라 그러려니 하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거는 모습이 익숙했다.
자세히 보니 오르차 숙소에서 머물렀던 호주 사람이 아닌가.
숙소 로비에서 아침이면 함께 책을 읽을 읽으며 춥디 추운 날씨를 평화롭게 극복했던 이스라엘인, 호주인 중 한 명이었다.
둘 다 110루피짜리 애플파이와 아이스크림 세트를 주문했고, 나는 사막에서 밀린 일기를 마저쓰고 그는 Time지를 읽었다.
가게에서 나와 각자 다른 길로 헤어지기 전 책가방이 활짝 열려 있어 닫아 주었다.
오르차에서는 그 추운 날씨에 로션도 안 발라 손이며 얼굴이 하얗게 터 있던 사람이어서 핸드크림을 빌려주곤 했다. 긍정적이지만 여러모로 덜렁거리는 사람이 이 북쪽까지 온게 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