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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명작가 Jan 31. 2024

나도 모르는 사이 브런치 작가가 되어 있었다.

작가가 된 줄도 모르고 



브런치 작가 되었습니다 


나는 그 메일을 받지 못했다. 

호기심이 많은 나는 뭐든 일단 부딪쳐 본다. 남에게 묻기 전에 그게 뭔지 살피기 전에 일단 먼저 시도해 본다.
그러다 안되면 남이 뭐라고 하는지 듣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보기도 한다. 그래서 무지 비용이 많이 든다. 브런치 작가 신청도 그랬다. 일단 브런치 회원 가입을 하고 작가 신청 누르기를 하고 그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을 첨부해 신청을 했다. 그게 5개월 전이었다. 


5일 정도면 연락이 온다고 했다. 주말 끼면 일주일이면 되겠지 했다. 연락이 오지 않았다. 열흘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메일은 오지 않았다. 거절 메일이 오나 싶었지만  답이 없는 건 떨어진 거라 생각했다. 거절감을 싫어하는 나는 그 뒤 브런치를 잊었다. 

식당에 진짜 브런치 식사만 하러 다녔다. 




12월 어느 날 책 쓰기 모임을 같이 하는 지인이 말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면 어느 전자책 회사는 혜택을 준다고 했다. 전자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혜택이 있다니 다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다. 카카오 톡으로 로그인을 했다. 아무리 찾아도 작가 신청을 누르는 커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뒤지고 홈에 와서 작가 신청을 하려고 해도 나에게는 그 커서가 나타나지 않았다.  로그인을 해서 들어가니 브런치 화면이 떴다. 예전에 미시간 여행하며 찍어 둔 사진이 나왔다. 내 브런치 화면이었다.  


작가를 신청해 볼 요량으로 혼자 써 두었던 글을 그곳에 올렸다. 커서를 이것저것 누르며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브런치 북도 만들어 보았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면 브런치에도 올리고 링크를 복사해 공유하기도 했다. 


이제는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려 했다. 아무리 사이트를 나갔다가 들어갔다가 해도 작가 신청란이 보이지 않았다. 설명 멘트를 여러 번 읽어도 내 화면에는 작가 신청 커스가 뜨지 않았다. 이미 작가인가? 난 메일을 못 받았는데 어떻게 된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작가인가?


이제부터는 내가 브런치 작가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일단 남편에게 브런치 하냐고 물었다. 안 한다고 했다. 그럼 가입을 하고 절차를 밟아보자고 했다.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진행해 보니 작가 신청 누르기 커스가 보인다. 


나랑 절차가 달랐다. 내가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제는 브런치에게 물어야 한다.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보자.고객센터를 열었다. 첫 페이지에 문의하기를 눌렀다.이메일을 쓰고 핸드폰 번호를 적고 카테고리 선택에서 서비스 이용 문의 및 오류 제보를 눌렀다. 제목에 이렇게 적었다.


제목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싶은데 신청 커서를 못 찾겠습니다. 

내용
몇 달 전 작가 신청을 했는데 이메일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미 작가가 되었나요? 작가가 된 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확인 부탁드립니다. 


첨부파일은 없으니 생략하고 개인 정보 수집 이용에 안내에 동의를 누르고 문의 접수를 눌렀다. 

눌러지지 않았다. 4번을 다시 작성하고 시도했으나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냥 컴퓨터를 껐다. 나랑 브런치는 안 맞다. 문의 메일도 안 보내지니 말이다. 


다음 날 절차를 반복했다. 다시 작성해 보니 문의 분류 칸에 하나만 선택하고 그 옆의 카테고리 선택을 누르지 않은 게 보였다.  그걸 누르고 작성해 보니 진행이 된다. 


과연 어떤 답변이 올까 궁금했다. 간단한 질문이니 답이 빨리 오겠지 했다. 그런데 접수되었다는 메일 하나 생각보다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답변이 왔다. 이런 메일 보낼 시간에 답을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메일이 왔다. 




지금이 해가 지난 2024년 1월인데 이제야 브런치 작가가 된 걸 알다니 허탈했다. 며칠 동안 브런치 작가가 되어 보겠다고 이곳저곳을 얼마나 헤매었는데, 브런치 작가가 되는 법이라는 글도 몇 편을 읽었는데...


왜 나에게 메일이 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카톡은 해외에 사는 나를 내친 hanmail 계정으로 되어 있었다. 해외 거주자들은 어느 날부터 hanmail에 접속할 수가 없었다. 나도 남편도 지인들도 모두 일방적으로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았다. 


전화도 해보고 항의도 해 보았지만 방침이 그렇다는 말만 했고 로그인을 시도하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비밀번호를 넣으라 비밀 번호는 메일로 보냈다는 말만 했다. 이미 메일을 열 수 없는데 비밀 번호를 어떻게 확인하냐고 불평하다가 뇌리에서 완전 hanmail은 잊힌 존재가 되었다. 


카톡으로 자동 로그인 되는 모든 한국 사이트가 불안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딸이 카카오 톡 이메일 수정이 가능하다는 말을 해 주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주로 쓰는 Gmail로 바꿔주었다. 카카오 톡으로 자동 로그인 하던 브런치에 내 이메일을 바꾼 것도 몇 번 확인했다. 


그런데 왜 이메일이 오지 않았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고객센터에 메일을 어디다 보냈냐고 물을 수는 없었다. 아마도 10여 년 전에 절교당한 한메일로 가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뿐이다. 


브런치 작가가 이미 되었다. 몰랐다. 

무지 비용이 많이 들었다. 감정적 무지 비용을 많이 지불했다. 에너지 소모를 많이 했다. 

아직도 브런치에 글 쓰는 건 많이 서툴다.

사람들과 소통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통 모르겠다. 

서두르지 않는다. 

또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니까 


브런치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네이버 블로그에 이런저런 글을 많이 써 보는 경험을 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일관되게 한 주제의 글을 쓰지 말고 여러 다양한 종류의 글을 써보라고 말하고 싶다. 

브런치에는 약간의 주제를 선정해 일관된 글을 쓰는 곳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하나의 해프닝이었다. 

브런치 작가 되기라는 글들을 보면서 브런치 작가 관문이라는 게 꽤 높아 보였다. 

해프닝을 겪고 브런치 작가가 된 내가 보니 일상의 글을 많이 쓰는 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곳이 네이버이건 티스토리이건 브런치인 건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곳이건 열심히 다양한 종류의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닿게 되는 다른 지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편해진 마음으로 브런치 글을 쓴다. 

어느새 나도 브런치도 인정해 준 작가가 되었다. 

처음 소명 작가라는 이름을 지을 때 작가라는 말을 예명 뒤에 붙이는 것이 어색했다. 

하지만 나는 그분의 소명을 받은 소명 작가이고 이제 브런치 작가라는 말도 어색하지 않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여기에서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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