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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수 Oct 14. 2021

너는 똑같지 않아

최고 선생님의 교육

  미국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게 된 여교사 톰슨 선생님은 학기 첫날 학생들에게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선생님은 여러분들을 모두 똑같이 사랑합니다.”

  그러나 그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불가능했지요. 맨 첫줄에 구부정하게 웅크린 작은 몸집의 소년, ‘테디’란 학생 때문이었습니다.

  테디는 언제 빨았는지 구겨지고 찌든 때가 낀 옷을 입고 잘 씻지도 않아 청결하지 못했고, 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해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선생님은 불결한 테디를 보면서 역겨움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테디가 제출한 시험 답안지에 X자를 표시하고는 낙제를 뜻하는 커다란 F자를 써넣었습니다. 선생님은 테디 답안지에 그렇게 표시하는 일이 즐거운 지경에 이르렀지요.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이 지난 학년의 아이들 생활기록부를 열람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테디의 생활기록부를 읽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가, 우연히 열어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테디의 1학년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썼습니다. 

  “테디는 똑똑하면서도 명랑한 아이임. 숙제도 깔끔하게 잘하고 예의 바름. 함께 있으면 즐거운 아이임.”     

  2학년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훌륭한 학생임. 어머니가 불치병을 앓고 있어 요즘 힘들어 하고 있음.”     

  3학년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걱정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감당하기 어려움. 최선을 다하지만 아버지가 관심이 별로 없음. 어떤 조치가 없으면 곧 가정생활이 학교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임.”     

  4학년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썼습니다.

  “의기소침하고 학교생활에 관심이 없음. 친구가 많지 않고 가끔 수업시간에 졸기도 함.”


  테디는 처음부터 불결한 문제아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교사인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반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아이들은 정성을 다해 화려한 종이와 예쁜 리본으로 포장한 상자를 선생님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테디는 식료품 봉투의 두꺼운 갈색 종이로 어설프게 싼 선물을 내밀며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런데 톰슨 선생님은 다른 선물을 제쳐두고 초라한 테디의 선물부터 뜯었습니다. 

  아이들이 상자안의 선물을 보자마자 깔깔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거기엔 알이 몇 개 빠진 가짜 다이아몬드 팔찌와 1/4만 차 있는 쓰다 남은 향수병이 들어있었으니까요. 손가락질 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가짜 팔찌를 손목에 차고 감탄했습니다. 

  “와, 정말 예쁜걸. 테디야, 귀한 선물 정말 고맙다.” 

  그리고 이번에는 향수를 손목에 조금 뿌렸습니다. 향기가 교실 안에 가득 퍼졌습니다. 감격해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아이들의 웃음이 잦아들었습니다.      

  테디는 그날 방과 후, 집에 가기 전에 선생님에게 수줍게 고백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에게서 오늘 꼭 우리 엄마에게서 나던 향기가 났어요. 그 향수는 어머니와 함께 보낸 마지막 크리스마스에 어머니가 뿌렸던 거예요.”      

  톰슨 선생님은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뒤, 한참을 울었습니다. 바로 그날부터 톰슨 선생님은 읽기, 쓰기, 산수 가르치기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진정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테디를 다른 아이보다 특별하게 대했습니다. 선생님이 공부를 가르쳐줄 때면 테디의 눈빛이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선생님이 칭찬을 할수록 테디는 더욱 분발했습니다.

  학년이 끝날 때 쯤, 테디는 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이 되어있었습니다. 테디는 톰슨 선생님이 가장 귀여워하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겠다는 톰슨 선생님의 약속은 거짓말이 되었지요.      

  1년 뒤, 톰슨 선생님은 교무실 문 아래에서 졸업을 앞둔 테디가 쓴 쪽지를 발견했습니다. 

  “선생님는 제게 평생 최고의 스승님이셨습니다.”      

  6년이 흘러, 그녀는 테디에게서 또 쪽지를 받았습니다. 

  “고등학교를 반 2등으로 졸업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변함없이 아직도 제 평생 최고의 선생님이십니다.”     

  4년이 더 흘러,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름이 조금 더 길었습니다. ‘Dr. 테디 스토다드 박사’라고 사인되어 있었으니까요.

  “대학졸업 후 공부를 더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선생님은 평생 저에게 최고의 선생님이었고,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십니다.”      

  그해 봄, 테디로부터 또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습니다. 

  “선생님, 저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톰슨 선생님께서 신랑의 어머니가 앉는 자리에 앉아줄 수 있으신지요?”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기꺼이 좋다고 화답했습니다.      

  테디의 결혼식날. 그녀는 신랑의 어머니 자리에 앉았습니다. 가짜 다이아몬드가 몇 개 빠진 그 팔찌를 차고, 테디가 어머니와 함께 보낸 마지막 크리스마스에 어머니가 뿌렸었다는 그 향수를 뿌렸습니다. 

  선생님과 테디는 서로 포옹을 했습니다. 이제 어엿한 의사가 된 테디 스토다드 박사는 톰슨 선생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습니다. 

  “선생님, 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셔서, 그리고 제가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톰슨 선생님도 눈물을 흘리며 속삭였습니다. 

  “테디야, 너는 완전히 잘못 알고 있구나. 내가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 바로 너란다. 널 만나기전 까지는 가르치는 법을 전혀 몰랐거든. 나는 나쁜 거짓말쟁이 교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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