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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수 Oct 13. 2021

3천 원의 사죄

다른 아이를 벌하지 말아 주세요

한차례 가로수 낙엽이 쓸고 간 늦가을, 우체통을 살펴보던 아저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손편지와 함께 꼬깃꼬깃 접은 3000원이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초등학생이 서툴지만 연필로 정성스럽게 눌러쓴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저씨.

아저씨 어제 그 감을 따간 거 대신에 3천 원을 받아주세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벌을 받더라도 다른 애들에게는 벌을 주지 말아 주세요. 

죄송합니다.』      

  아저씨네 집 담장 근처에 감나무가 있었는데, 모두 따고 까치밥으로 몇 개 놔둔 감을 동네 애들이 따간 모양이었습니다. 편지를 읽은 아저씨는 벽보를 붙였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랑하는 어린이에게

너의 값진 편지와 3000원의 돈을 뒤늦게 보았다.

너의 편지는 너무나 값진 선물이었단다.

그래서 너의 편지를 읽어본 후, 나의 주변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자랑을 많이 했는지 몰라......

원래 네가 딴 그 감은 새들의 먹이로 그냥 두었던 것이란다.

사랑하는 아가야! 너랑 함께 새들의 먹이를 주고 싶다.

착한 너의 얼굴 꼭 보고 싶다.

꼭 전화 한번 해주렴.....

너의 전화 기다린다.

꼭 너랑 나랑 둘이서 만나자.』   

   

  하지만 편지의 주인은 끝내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아저씨는 근처의 초등학교를 돌며 사정을 이야기하고 수소문 끝에 마침내 편지의 주인을 찾았습니다. 4학년 최모군이었습니다. 

  최모군은 감나무 주인이 찾아와 벌을 주려는 줄 알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제가 잘못이 있으니, 다른 아이는 벌하지 말아 주세요”

  아저씨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이 사연은 한 케이블 TV에 방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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