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찌그러진 깡통이야
인생은 유리가 아니라 깡통이야. 찌그러지면 다시 펴쓰는 깡통
저는 미혼모입니다. 18살 나이에 남편 없이 홀로 젖먹이를 키우고 있지요. 동네사람들은 저를 보면 범죄자 대하듯 뒤에서 수근 댔습니다. 그래서 밖에 나가질 않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분유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동네 구멍가게에 가게 되었습니다. 가장 싼 분유를 한통 집어 들고 구멍가게 아주머니에게 꾸깃한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새댁, 이거 15000원인데?”
하지만 제게는 만원과 동전 몇 푼이 전부였습니다.
‘아줌마, 제 아기가 굶고 있어요. 외상이라도 주시면 안 되나요?’
이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자존심이 상해서 힘없이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엄마 자격이 없었던 제 자신이 한 없이 미웠습니다.
이때 쿵하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새댁, 잠깐. 7500원짜리 분유도 있어.”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반갑게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찌그러진 분유는 반값이야.”
저는 얼른 돈을 내고 2500원을 거슬러 받았습니다. 가게를 나오려는 데 또 아주머니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찌그러진 게 몇 개 더 있는데, 외상으로 가져가.”
아주머니는 진열대 뒤로 갔습니다. 몇 번 더 탕탕 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는 분유 깡통을 일부러 부딪쳐 찌그러뜨리는 소리였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주머니는 봉지에 싼 분유를 들려주며 말했습니다.
“인생은 유리잔이 아니라 깡통이야. 한번 깨지면 다시는 못 쓰는 유리잔이 아니라, 찌그러지면 다시 펴고, 구멍 나면 때워 쓰는 깡통 말이야. 엄마는 강해야 돼. 힘내.”
동네 사람들을, 세상을 두려워한 제가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날이후 저는 아기를 업고 당당하게 동네를 산책하고, 일자리도 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