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의 초조함은 연습이 거듭될수록 더욱 드러났다. 그녀는 연주 시작 전, 자신의 의자를 살짝 돌려 2풀트 out 자리에 앉은 유진을 곁눈질로 보기 시작했다. 유진의 활이 움직일 때마다 그 흐름을 따라가는 듯한 서현의 시선은 연습 내내 멈추지 않았다.
* 그림과 같이, 1풀트 in 자리에 앉아 의자를 약간 돌리면 곁눈질로 2풀트 out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유진은 서현이 자신의 활을 계속해서 주시하는 것을 눈치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현의 끊임없는 시선에 불편함이 커졌다. 유진은 마음속으로 계속 의문을 품었다.
‘왜 여전히 나를 보면서 연주하는 거지? 이제 앞자리에 앉았으니 나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서현의 행동은 모순적으로 다가왔다. 서현은 유진을 견제하면서도 여전히 유진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보였다.
연습 도중에도 서현의 힐끔거리는 시선은 유진의 집중력을 점점 흐트러뜨렸다. 유진은 활을 움직일 때마다 서현의 시선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연주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있는 듯한 그 시선은 유진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 시선에 신경 쓰여 손끝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흔들릴 때마다, 유진은 집중력을 잃어가며 혼란스러워졌다.
서현의 불안감은 연습 후에도 이어졌다. 연습이 끝나자, 서현은 일부러 유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유진 씨, 오늘 소리 내기 힘드셨죠? 저도 너무 어려워서 잘 못 하겠더라고요.”
서현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은근한 적대감과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마치 유진에게 연주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압박처럼 느껴졌다. 유진은 더 이상, 이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네, 저도 오늘 연주는 좀 힘들었어요. 이 부분은 정말 어렵네요.”
유진은 연주를 잘 해냈다고 생각했지만, 서현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그 순간, 유진의 자존감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진은 오케스트라에서 연주가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다. 서현과의 갈등, 그리고 서현의 끊임없는 견제는 그녀가 느끼는 압박을 더욱 심화시켰다.
‘나는 그저 연주만 하고 싶은데, 왜 이렇게 힘들어졌을까?’
유진은 처음에는 그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케스트라에 입단했지만, 이제는 서현과의 경쟁 속에서 그 순수한 기쁨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