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유진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던 좌절감과 압박감을 떨쳐내기 위해 결국 수석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건 알지만, 퍼스트 바이올린을 해보고 싶습니다. 더 큰 도전을 하고 싶어요.”
유진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녀의 눈에는 결심이 담겨 있었다. 서현의 견제에서 벗어나 성장하고 싶은 열망이 그녀를 움직였다. 그러나 수석은 그 말을 들은 뒤,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 세컨 바이올린에서 자신 있게 소리를 내는 서현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수석은 결국 유진의 열망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현 씨도 8권까지 배웠는데도 세컨 바이올린에서 연주하고 있어요. 그런데 5권까지 배운 유진 씨가 어떻게 퍼스트로 갈 수 있겠어요?”
수석의 말은 마치 가슴을 콕 찌르는 듯 아프게 다가왔다. 그 말에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서현과 비교될 뿐이라는 무력감이 밀려왔다. 그동안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이 그녀를 짓눌렀다. 결국 유진은 묵묵히 수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에도 서현은 유진을 끊임없이 견제했다. 연습이 끝난 뒤에도 다가와 은근한 미소를 띠며 말을 걸었다.
“오늘 정말 너무 어렵네요. 그렇죠? 소리가 잘 안 나죠?”
유진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것 같은 막막함에 짓눌리며, 마음은 점차 무거워져 갔다. 그러나 반대로 뒤에서 연주하던 단원들은 전혀 다른 평가를 내렸다.
“유진 씨, 오늘도 정말 훌륭했어요. 세컨 바이올린에서 유진 씨가 제일 잘하고 있어요. 덕분에 우리가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뒤에서 들려오는 칭찬은 마치 따뜻한 손길처럼 유진의 마음을 감쌌지만, 앞에서 들려오는 서현의 말과는 상반된 평가에 유진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도대체 나는 어디에 속하는 걸까?’
유진은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자신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열망과 자신을 억누르는 압박감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