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연주회 날이 다가왔다. 그동안 준비했던 모든 것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유진의 긴장감은 한껏 고조되었다. 수많은 연습과 쏟아낸 노력이 모두 이 순간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점점 더 커져갔다. 마치 어딘가에서 다가오는 불길한 예감처럼, 그 감정은 점점 그녀의 의식을 잠식해 갔다.
연주회 당일, 무대 뒤에서 활을 손에 쥔 채 호흡을 가다듬던 유진은, 긴장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무대 뒤틈으로 관객석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시선이 고정되었고,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이 밀려왔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유진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가족과 친구들—모두가 첼로 파트 쪽에 앉아 있었다. 그 자리에서는 연주하는 유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유진의 머릿속은 하얘졌고, 밀려오는 실망감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그녀가 연습 중에 느꼈던 자신감과 뿌듯함, 힘들었던 고비마다 떠올리며 버텨왔던 모든 순간들이 이제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혀 닿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무대 위에서 활을 힘차게 움직였지만, 지인들에게 그 노력이 전해지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 그녀의 손끝은 점점 차가워졌다. 그 감정은 연주 내내 유진의 마음을 괴롭혔다.
무대 저편에서는 서현이 자기 딸의 협연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공연 내내 다른 단원들의 지인 관객석에는 무관심한 채, 공연장은 지정석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자리를 바꿔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서현이 앉아 있는 1풀트 in 자리는 관객석에서 훤히 보이는 위치였기에, 관객석 배치는 그녀에게 남 일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서현은 무대 위에서조차 의자 각도를 살짝 틀어, 여전히 유진의 활을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유진 없이는 완전한 연주를 할 수 없다는 듯, 서현은 유진의 연주를 계속 참고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목격한 유진은 상실감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서현은 오직 자신의 이익과 연주만을 생각하는 것 같았고, 다른 이들의 배려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서현이 자신에게 의지하면서도 동시에 견제하는 이중적 태도는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 시선은 마치 유진이 있어야만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불안을 드러내는 듯했다.
온 힘을 다해 준비했던 1년의 세월이 허무하게 흘러가는 듯, 유진의 가슴을 답답하게 휘감았다. 그녀의 떨리던 손끝은 어느새 실망과 상실감으로 얼어붙었고, 눈앞의 악보는 희미하게 흔들렸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허탈감이 그녀를 집어삼켰다.
‘1년 동안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정작 나를 보러 온 사람들은 내가 연주하는 걸 보지 못했구나.’
유진은 활을 멈추지 않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부서져 가고 있었다. 그 금이 더 이상 메워지지 않을 것임을, 그녀는 서현의 집요한 시선 속에서 뼈저리게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