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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소민 Nov 04. 2024

투명한 눈, 선홍빛 환영

공포소설 - 4화

상사가 나를 괴롭히던 것은 단순히 말 몇 마디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마치 나를 조롱하듯, 매일같이 내 주변을 맴돌며 집요하게 고양이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의 말은 차갑고 무미건조했지만, 그 안에는 칼날처럼 서늘하고 흉포한 광기가 숨어있는 듯했다. 처음에는 그저 지나가는 농담처럼 들렸고, 너무 비상식적이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나에게 같은 질문을 매일 던졌고, 마치 내 숨통을 조여 끊어놓으려는 것처럼 내 주위를 떠나지 않고 고양이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의 말들은 바늘처럼 내 귓속에 박혀 끊임없이 피를 뚝뚝 흘리게 했고, 그 상처는 아무리 닦아내려 해도 내 일상 깊숙이 스며들며 점차 독성으로 번졌다.

“언제 잡아먹을 거냐고? 다음 달? 3개월? 6개월? 아님 1년?”


그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더 깊어졌고, 마치 썩어가는 무덤 속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무거움이 있었다. 그 차가운 음성은 내 정신을 뼈째로 깎아내며 살을 물어뜯는 독사의 이빨처럼 갉아먹었다. 그 말들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의 말은 나를 감싸는 거대한 먹구름처럼 내 의식을 압박해왔다. 그가 던진 질문은 이제 생명을 탐하는 저주처럼 내 귀에 쏟아졌고, 나는 나 자신이 그의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끔찍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출근길이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속에선 불안감이 살아 움직이며 내 심장은 갈기갈기 찢겨지는 듯한 고통으로 옥죄어왔다. 상사의 그 끈질긴 말들은 마치 숨을 고삐로 조이며 내 몸을 옭아매는 사슬처럼 차갑고 무자비하게 조였다.



고양이 꼬리는 묶었어?


매일 아침, 나는 고양이를 두고 집을 나설 때 문을 닫는 순간, 상사의 목소리가 귓속에서 거칠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질문들은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마치 나의 의식을 철저히 장악하려는 저주의 주술처럼 내 뇌에 뱀처럼 휘감겨들었다. 그의 음성은 내 두개골을 울리며 두꺼운 고통의 메아리를 남겼고, 그 진동은 신경을 따라 온몸에 퍼져 내 심장을 짓누르는 뼈의 고통을 일으켰다. 그의 음성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내 신경을 찔렀고, 그 고통은 내 내면 깊은 곳까지 이어져 정신을 붕괴시킬 듯했다. 내 의식은 점차 그의 목소리에 잠식되었고, 그 속삭임은 내 숨결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나는 문을 닫으려다 멈춰 섰다. 상사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리는 환청에 머릿속은 마비된 듯 혼란스러웠다. 내 몸은 나도 모르게 고양이에게로 돌아섰고, 손은 떨리는 채로 고양이의 꼬리를 확인했다. 꼬리는 자유롭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내 심장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상사의 목소리는 마치 내가 놓칠 틈도 없이 계속해서 나를 추적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고양이를 품에 안았을 때, 나는 그 부드러운 털결과 따뜻한 체온에 잠시나마 안도감을 느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불안이 멀리 사라진 듯했다. 고양이의 작고 규칙적인 숨소리는 나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잠재우는 듯했다.


고양이는 가축이잖아.


평화는 너무나 짧았다. 상사의 무자비한 말이 내 머릿속에서 날카롭게 퍼져 나를 비웃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녹슬고 무딘 칼날로 뇌를 긁어내는 듯한 아픔을 남겼다. 고양이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에도 그의 음성이 어둡고 진득하게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내가 고양이를 쓰다듬는 순간, 그의 차디찬 목소리가 내 귓속에 꽂히며 날카로운 못처럼 뇌리에 깊게 박혀들어갔다. 불안은 그 못이 머리 속에서 쪼개지며 터질 때마다 잿빛 파편처럼 번져 갔다.

고양이는 나를 위로하려고 내 품에 몸을 부비며 들어왔지만, 그 순간조차 상사의 음성은 얼음 같은 손가락으로 내 심장을 움켜쥐고 있었다. 핏빛으로 물든 환각은 눈앞에 퍼지고, 그의 음성은 거대한 나선으로 회전하며 내 내면을 휘감아 나를 무자비하게 조여들었다. 고양이의 따뜻한 체온조차 상사의 냉소적인 숨결에 묻혀가며, 나의 마음은 그 얼어붙은 공포와 함께 깨어질 듯 덜덜 떨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고양이를 안고 있던 손이 미세하게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내 손은 내 것이 아니라 상사의 차갑고도 기괴한 손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말이 어느새 내 의식을 지배해가는 것만 같았다. 내 마음은 그의 말 속에 담긴 불길한 무언가에 서서히 잠식되어갔다. 그는 날마다 내 정신을 휘감고 조종하려는 듯 끈질기게 나를 쫓아왔고, 그의 말은 내 무의식 속에서 날카로운 독사처럼 꿈틀거렸다. 마치 그의 명령처럼, 그의 목소리는 고양이를 잡아먹으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 말은 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 속삭임이 내 뇌를 무자비하게 갈라내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게 만드는 것처럼, 내 머릿속에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고양이와 눈을 맞추는 순간 그의 말은 나의 환상 속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 고양이는 단지 나를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고양이의 맑고 투명한 눈빛 속에서 상사의 차갑고 무자비한 눈을 보고 있었다. 그 눈 속에는 오직 상사의 냉담함과 비웃음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 순간, 고양이가 내 품에서 작은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운 울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내 눈앞에 고양이가 도마 위에 놓인 고깃덩어리로 변하는 끔찍한 상상이 펼쳐졌다.

고양이의 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 피는 내 손을 타고 흘러내리며 차갑게 내 손목을 적셨다. 그 피는 마치 살아있는 독사처럼 내 피부를 타고 내려와 바닥을 더럽혔고, 내 손에 묻은 피는 차갑고 무겁게 느껴졌다. 고양이의 작고 여린 몸이 내 손에서 점차 말라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두려움에 얼어붙어 손을 내리지 못한 채,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치 피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내 손을 타고 흐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 피의 냄새는 금속성과 썩은 내음이 뒤섞여 머리를 마비시켰다.


붉은 피는 점점 손을 타고 팔을 타고 올라오며 내 몸을 휘감아 족쇄처럼 옥죄어오기 시작했다. 그 차디찬 액체는 피부를 따라 뱀처럼 꿈틀거렸고, 심장박동에 맞춰 더욱 세차게 죄어들었다. 마치 내 혈관 속으로 스며들어 생명을 지배하려는 듯, 피는 내 온몸을 굳게 묶어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들었다. 피가 닿은 곳은 얼음처럼 차갑고, 그 차가움은 뼛속까지 스며들어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며 절망감으로 가득 채웠다.


그 순간에도 상사의 목소리는 귓가에서 속삭였다. 마치 조용하고도 집요한 한 마디로, 나를 한 번 더 옭아매는 듯했다.


“언제 잡아먹을 거냐고?”

그 차가운 속삭임은 이제 나를 완전히 감싸며 현실을 잠식해갔다. 그의 목소리는 그치지 않았고, 나의 고통은 끊임없이 심화되었다. 고양이의 순수한 눈 속에 피로 물든 잔인한 모습이 비치면서, 그의 저주 같은 말들이 나를 끝도 없이 짓눌렀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그의 저주 같은 음성이 나의 마지막 희망을 갈아뭉개며, 내 영혼을 마치 짓이겨진 육체처럼 처참히 부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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