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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소민 Oct 29. 2024

비웃음에 감긴 꼬리

공포소설 - 2화

그날, 상사는 내 고양이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시선을 내게 고정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고, 마치 나를 철저히 해부하듯 꿰뚫어 보며 질문을 던졌다.


"고양이 꼬리는 안 묶어?"


그의 질문이 너무나 섬뜩하고 잔인해서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마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낯선 형체가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내 안의 모든 감각이 소용돌이쳤다. 처음에는 그저 무심하게 던진 말이려니 했지만, 상사의 표정은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희미한 흥미로움이 엿보였다. 나는 입술이 굳어버린 채로 가까스로 "네?"라고 대답했지만, 속에서부터 서늘한 공포가 스며들었다. 그의 그 낯선 말들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될수록, 나는 상사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그의 의도가 내 안에 뿌리 깊게 박혀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상사는 내 물음에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텅 빈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은 마치 내 속 깊이 파고들어, 모든 걸 뒤집어보고 짓밟으려는 듯했다. 그는 천천히, 내 고통을 천천히 즐기기라도 하려는 듯, 말끝을 음미하며 이어갔다.


"고양이 꼬리를 묶어두면, 고양이가 괴로워서 발버둥 치다 꼬리가 잘려 나갈 거야."



그 말이 내 머릿속에 스며들자, 나도 모르게 끔찍한 상상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앞에는 나의 작고 연약한 고양이가 있었다. 꼬리는 단단히 묶여 있었고, 고양이는 몸부림치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 조그마한 몸은 고통에 전율했고, 하얀 털 사이로 번지는 선명한 핏빛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상처처럼 느껴졌다. 꼬리를 감싼 끈은 점점 더 강하게 파고들며, 피부를 얇게 찢어내기 시작했고, 뼈를 갈라낼 듯 서서히, 아주 천천히 꼬리를 잘라내고 있었다. 고양이는 비통한 울음소리를 내며 마지막 힘을 짜내듯 발버둥 쳤지만, 그 고통은 벗어날 수 없는 덫처럼 그를 옥죄고 있었다. 피는 마치 고름처럼 터져 나와 고양이의 하얀 털을 물들였고, 그 비명 소리가 내 의식을 찢으며 퍼져갔다. 고양이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 되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차가운 공포가 피어올랐다.



한동안 그 끔찍한 상상 속에 갇혀 있던 내가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심장은 귀 바로 옆에서 터질 듯 요동치고 있었다. 그 상상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지만, 상사의 차갑고 무감각한 목소리가 나를 무자비하게 현실로 끌어당겼다. 그의 눈은 마치 도살자의 칼날처럼 내 얼굴을 천천히 가르고, 나의 미세한 표정 하나하나를 조소하듯 살피고 있었다. 그는 나의 고통이 천천히 스며들기를 즐기는 듯, 내가 괴로움에 휩싸이고 불안해하는 순간을 기다리며 그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그 차가운 시선은 내가 조용히 무너져내리기를 음미하며 나를 조종하는 듯한 광기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가 단순히 농담을 던진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끔찍한 질문은 결코 무심코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내면 깊숙이 숨겨둔, 냉혹하게 일그러진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잔인한 고백이었다. 그의 말은 내 정신을 꿰뚫고 짓밟기 위해 날카롭게 설계된 칼날이었고, 나의 흔들리는 내면을 찢어 발가벗기려는 고문에 다름 아니었다. 그는 나의 고통과 불안을 자신의 쾌락으로 삼으려 했고, 나는 그의 음산한 손길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피비린내 나는 덫 위에 서 있었다.



순간,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상사의 그 끔찍한 말을 듣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서늘하게 웃고 있었다. 그들의 웃음은 살기라곤 없는, 마치 인간의 감정을 모방하려는 차가운 기계음 같았다. 그들은 내 고통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안에서 비틀린 즐거움을 찾으려는 듯했다. 그들의 눈은 무심하게 반짝이며 내 불안을 차가운 손길로 더듬고 있었다. 이 광기의 한가운데서 나 혼자만이 이 끔찍한 현실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압박했다. 이곳에서 나의 공포는 그들의 조소 아래 놓인 사소한 장난감에 불과했고, 나는 그 차가운 웃음소리 속에 완벽히 고립된 채 내던져졌다.



나는 상사의 눈을 피하지 않으려 무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불안과 역겨움이 목을 서서히 조여오며 심장을 날카롭게 후벼 파는 듯했다. 그의 말은 얼음처럼 차가운 칼날이 되어 내 의식 깊숙이 무자비하게 박혀 들었고, 그 칼날은 내 마음의 결을 따라 천천히, 그러나 잔혹하게 갈라내고 있었다. 그 상처가 마음 깊은 곳에 날카롭게 새겨지면서, 상사의 시선이 피부 아래로 파고들어 내 전부를 지배하고 있다는 감각이 온몸을 잠식했다. 나는 그의 손아귀 속에서 벗겨지고 갈기갈기 찢겨, 영혼마저 그의 기만적인 손길에 휘둘리는 처절한 장난감에 불과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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