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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소민 Oct 28. 2024

외로움 속 작은 생명

공포소설 - 1화

외로움이 나를 깊이 잠식했던 그 순간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사람들로부터 하나둘 멀어지면서, 나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매일 아침 눈을 떠도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하고, 텅 빈 방 안에서 홀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내게는 지옥 같았다. 혼자라는 감각은 마치 차가운 물처럼 나를 잠식해 갔고, 그 감각은 매일 조금씩 내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 작은 새끼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었다. 내 품에 처음 안았을 때, 그 작고 연약한 생명체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내게 가느다란 숨소리를 내쉬며 기대어 왔다. 작디작은 심장이 내 손바닥 위에서 고동치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듯했다.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는 감촉이 따뜻하게 전해졌고, 나를 둘러싼 차가운 공기가 잠시나마 녹아내렸다. 그 고양이와 함께 있으면, 적막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고양이 역시 내 품 안에서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그 고양이는 내게 조용한 위안을 주었다. 말 한마디 없이도 내 아픔과 외로움을 알아주는 것 같았고, 작은 몸짓으로 나를 달래주는 것 같았다. 그 작은 존재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외롭던 내 일상을 조금은 밝게 만들어주었다. 눈을 뜨는 아침마다 기다리는 존재가 있다는 것, 나를 필요로 하는 생명체가 있다는 게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도감으로 다가왔다.



고양이의 이야기는 회사에서도 자연스럽게 꺼내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내 삶에서 특별한 존재가 된 이 작은 생명체를 자랑하고 싶었다. 고양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번졌고, 그 미소는 잠시나마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회사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대꾸를 해주진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무리 외로운 사무실이어도 잠시나마 따뜻함이 전해지는 듯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미소는 아마도 내가 느꼈던 마지막 행복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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