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는 다시 나를 찾아왔다. 이른 아침, 아무도 말 걸지 않는 고요한 사무실 안에서, 그의 그림자가 천천히 내 책상을 덮쳤다. 고개를 올려보니, 차갑고 무표정한 그의 눈빛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양이도 가축이잖아.”
그는 나지막이, 섬뜩한 톤으로 말을 꺼냈다.
“언젠간 잡아먹어야지. 언제 잡을 거야?”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농담인지 진담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그 말속에서 차가운 위협이 느껴졌다. 순간 내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느끼자, 상사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가며 더욱 의기양양해진 듯했다. 그의 눈에는 싸늘한 비아냥이 담겨 있었다.
“3개월 뒤? 아니면 6개월쯤?”
그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한 마디씩 덧붙였다. 잔혹하리만치 태연한 말투였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말을 꺼내는 사람처럼, 그의 표정은 느긋했고, 음산한 기쁨이 묻어났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끔찍한 상상이 펼쳐졌다. 그가 던진 말 한마디는 내 상상 속에서 생생하게 구체화되었다. 나의 작고 순수한 고양이가, 그의 말속에서 고깃덩어리처럼 변해가는 착각이 스며들었다. 고양이는 나무 도마 위에 놓여 있었고, 차가운 은빛 칼날이 천천히, 냉혹하게, 고양이의 부드러운 살을 찢어갔다. 선명한 붉은 피가 튀며 도마를 적셨고, 그 붉은빛이 내 시야에 섬뜩하게 박혔다. 고양이는 절망에 찬 눈빛으로 마지막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이 머릿속을 메아리치듯 울려 퍼졌다. 그 비명은 날카롭게 내 신경에 박혀 들며 내 온몸을 전율시키고, 비명 소리가 점점 내 의식을 덮쳐오는 듯했다.
간신히 현실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그 잔혹한 상상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손은 떨리고 심장은 무자비하게 뛰기 시작했다. 숨이 막혀왔고, 상사를 향해 고개를 들자 그의 차가운 눈빛과 딱 마주쳤다.
상사는 나의 반응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나의 미세한 눈 떨림과 몸의 굳음까지도 모두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 그 눈빛에는, 내가 느끼는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기를 바라는 비틀린 쾌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나를 천천히 파고들며, 내 감정을 짓눌러 짜내려는 사냥꾼의 표정으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뚫어지게 나를 노려보며, 나의 마음이 더욱 바닥으로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듯이 번뜩였다.
나는 사무실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다른 동료들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듯 나를 지나쳤고, 누군가는 힐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웃음에는 묘한 냉담함이 묻어났고, 마치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어색한 분위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그들이 흘리는 억지스러운 웃음은 오히려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고양이도 가축이니까 잡아먹어야지…."
그의 말이 내 머릿속에서 메아리처럼 반복되었고, 나는 점점 그 속삭임의 무게에 눌리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내 정신 깊은 곳까지 파고들며, 나의 신체 감각이 점차 무뎌지는 듯했다.
그의 얼굴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나를 내려다보는 차가운 시선이 꽂혀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집요한 사냥꾼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단순히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정조준해 왔고,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사냥꾼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와 무표정하게 눈을 맞췄지만, 그의 시선은 내 감정을 가차 없이 짓밟으며 내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찢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스친 희미한 미소는 내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끌어내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그의 그 미소는 나의 무력감이 깊어지기를 기다리는 자의 비열한 쾌락이었다.
“고양이는… 결국 잡아먹는 거야.”
그의 마지막 말은 내 몸속을 순식간에 뚫고 들어와, 송곳으로 내장 깊숙이 마구 쑤셔대는 듯한 고통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