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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소민 Nov 11. 2024

보이지 않는 올가미

공포소설 - 5화

하루는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고양이로 바꿨다. 화면 속 고양이는 내 품에 안겨 사랑스럽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 작은 입속에서 드러난 날카로운 이빨들이 순식간에 보였다 사라졌다. 나는 그 순간만큼은 짧은 평화를 느꼈다. 그러나 그 사진이 등록되자마자 전화벨이 울렸고, 수화기를 들자마자 익숙하면서도 칼날 같은 목소리가 귀를 찢었다.


“너, 당장 그 고양이 버려!”


엄마의 고함은 마치 녹슨 못을 망치로 내 귀에 박아 넣는 듯한 고통을 주었고, 쇠붙이가 내 뇌를 후벼 파듯 울려 퍼졌다. 나는 얼어붙은 채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전화 너머로 엄마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끊임없이 고양이를 당장 없애라고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사납고 살기로 가득 찼으며, 그 말들은 내 가슴을 무자비하게 후벼 파는 흉기로 변해갔다. 그 순간, 피를 머금은 비명처럼 엄마의 일그러진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붉게 핏발 선 눈동자, 경련하듯 떨리는 입술, 날카롭게 긴장된 턱선. 그 시선은 마치 내 영혼을 집게로 짓누르듯 움켜쥐며 나를 질식시켰다.



어릴 때부터 엄마는 나를 감금하듯 집착하며 통제했다. 그녀의 시선은 가시덤불처럼 날카로워 내 주변을 감싸고, 나의 도망칠 길을 완전히 차단했다. 그 속박은 내가 서울로 도망쳐 온 지금까지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엄마의 손길은 보이지 않는 사슬처럼 내 목을 조이며, 나는 그 질긴 줄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고양이는 그 모든 속박 속에서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 부드러운 털과 따뜻한 체온은 마치 내 몸을 감싸 차가운 현실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듯했다. 그러나 엄마의 눈에는 고양이가 내가 그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려는 반항의 상징처럼 보였을 것이다. 엄마는 내 손에서 고양이를 빼앗아, 나의 애정을 다시 자신에게로 돌리려 했다. 그 집착의 줄이 끊어질까 두려워하는 그녀의 광기는 마치 죽음보다 더 강렬한 공포로 변해갔다.



며칠 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고양이 사진 보니까… 혹시 고양이 괴롭히려고 키우는 거야?”


그 말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였지만, 그 뒤에는 음산하고 기괴한 웃음소리가 숨어 있었다. 나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려 했지만, 수화기 너머로 뻗어 나오는 듯한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내 피부 아래를 파고들었다. 그 시선은 마치 나를 조종하려는 뱀의 혀처럼 서늘하게 스며들었다.



그날 이후, 엄마는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며 나의 일상을 침범해 왔다. 고양이를 버리라며 외치던 그녀의 목소리는 점차 부드럽고 교활한 톤으로 바뀌었다.


프사에 고양이 사진, 고양이 놀리려고 올린 거지?


겉으로는 다정한 어조 속에 스며든 독이 내 의식을 서서히 마비시켰다. 마치 엄마가 나에게 가했던 고통을 내가 고양이에게 되돌리기를 기대하며, 음험한 눈빛으로 내 반응을 기다리는 듯했다. 그 입가에 걸린 기묘한 웃음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그녀의 주름진 얼굴은 악몽 속에서 나를 쫓아다니는 기괴한 형상으로 떠올랐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의 순간을 메신저 프로필에 올리며, 나는 억압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꼈다. 특히 하품하는 고양이의 사진이 나를 사로잡았다. 천진난만하게 벌어진 입 속에 드러난 날카로운 이빨과, 가늘게 세로로 갈라진 차가운 눈동자. 그 시선은 마치 나를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다. 무방비하게 입을 벌린 채 하품하는 모습 속에서 나는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과 묘한 끌림을 동시에 느꼈다. 그 하품 속에서 감지된 것은 차갑고 잔혹한 경고의 기운이었고, 그 시선은 내 깊은 곳을 가차 없이 파고들었다.



고양이의 눈 속에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그 투명한 눈동자 속에서, 나는 마치 엄마의 얼굴을 보듯 선홍빛 환영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내가 아무리 도망치려 해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저주받은 굴레처럼 나를 옥죄었다. 고양이의 하품 속에 드러난 이빨은 어느 순간 엄마의 차가운 미소로 변하며, 내 의식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 순간, 나는 그 무자비한 눈빛이 나를 삼키려는 깊고도 어두운 나락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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