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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소민 Nov 18. 2024

부서진 정신의 거울

공포소설 - 6화

내가 정신과 의사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그가 진지하게 듣는 것처럼 보였다. 상사의 집요한 고양이 이야기가 어떻게 나를 무너뜨렸는지, 마치 어둠 속에서 사냥감을 몰아붙이듯 나를 괴롭히며 내 일상을 잠식해 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의 눈빛이 점차 날카로워질 때마다, 마침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피어올랐다.

그러나 내가 상사의 끔찍한 질문, “고양이 꼬리를 언제 묶을 거냐”는 말을 꺼내는 순간, 의사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갔다. 그의 미간이 일그러지며 불쾌감이 퍼져나갔다. 나는 그의 시선이 마치 나를 혐오하는 칼날처럼 느껴졌다. 내가 “고양이 언제 잡아먹을 거냐?”라고 상사가 물었던 순간을 이야기하자, 의사는 내 말을 단호하게 끊으며, 차갑고 무정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 얘기는 그만하세요. 듣기도 싫습니다.”

그 순간, 그의 얼굴은 마치 깊은 동굴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그림자처럼, 순식간에 무감각하고 냉혹한 표정으로 변했다. 치료를 받으러 온 나에게서 등 돌리는 그의 태도는, 내 영혼을 칼로 난도질하듯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나는 마치 차가운 얼음 조각이 내 가슴을 꿰뚫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멍하니 그의 냉정한 눈빛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나의 말을 가로막았을 때, 나는 마치 끔찍한 실험실에서 실험용 쥐처럼 취급받는 기분이었다.

의사는 더 이상 내 이야기를 들을 의사가 없다는 듯 손을 책상 위에서 무심하게 움직이며, 나를 빨리 쫓아내려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 그의 손끝은 마치 내 목을 조르려는 맹수의 발톱처럼 느껴졌고, 그 순간 나는 이곳에서도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가 나를 멸시하듯 피하는 시선 속에서, 나는 마치 살아 있는 시체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눈빛은 나를 더럽고 가치 없는 존재로 보는 듯 차갑게 흘러내렸다.

병원을 나서는 순간, 바깥의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찢듯 몰아쳤다. 그 바람 속에서 나는 비틀거리며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내 앞의 세상은 마치 뒤틀리고 왜곡된 미로처럼 변해버렸다. 차가운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기괴하고 일그러진 형상이었다. 나의 눈은 텅 빈 심연처럼 어두워져 있었고, 그 속에는 나 자신조차 알아볼 수 없는 공허한 절망이 가득했다.

고양이에 대한 상사의 말은 이제 단순한 괴롭힘이 아니라, 나를 집어삼키려는 저주처럼 다가왔다. 그의 말은 마치 썩어가는 시체의 부패한 냄새처럼 나를 감싸며, 내 영혼을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었다. 의사조차 그 저주를 막아낼 수 없다고 선고한 것처럼, 이 세상 어디에도 나를 구원해 줄 사람은 없었다. 모든 것은 점점 더 끔찍하게 왜곡되었고, 나는 그 속에서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다.

길을 걸어가던 중, 나는 갑자기 귓가에 기괴한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마치 고양이의 발톱이 유리창을 긁어내는 소리와도 같았다. 그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내 두개골을 뚫고 들어와 신경을 쥐어짜는 듯했다. 심장이 가슴속에서 미친 듯이 고동쳤고, 나의 눈은 경련을 일으키듯 흔들렸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끈질기게 내 뒤를 따라왔다. 찢어질 듯한 그 소리는 내 신경을 예리하게 도려내며, 머릿속 깊은 곳에서 상사의 목소리와 겹쳐 울려 퍼졌다.

“고양이를 언제 잡아먹을 거냐?”

그 소리와 목소리는 마치 무덤 속에서 부활한 원한 어린 영혼처럼, 나를 끝없이 뒤쫓으며 나를 괴롭혔다. 나의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그 공포는 마치 검은 독이 내 혈관 속에 주입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현실과 악몽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정신을 잠식하며, 나를 산 채로 집어삼키려는 악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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