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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소민 Nov 25. 2024

흩어진 잔향, 피어나는 냄새

공포소설 - 7화

나는 사이코패스처럼 굴기로 결심했다.


“고양이 꼬리는 대체 언제 묶을 거야?”


상사비웃으며 또다시 물어왔을 때, 나는 그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을 바라보며 얇게 미소를 그렸다. 눈을 가늘게 뜨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순간, 상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고, 예상치 못한 나의 반응에 입가가 경련을 일으키듯 일그러졌다. 그의 표정은 조소와 불쾌함이 뒤섞인 채, 자신이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억지 미소로 얼룩졌다.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네.”


그의 한 마디는 냉소와 경멸로 가득 찼다. 그러나 나는 그 말 뒤에 숨겨진 불안을 감지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묻어 있었고, 그 순간 그는 자신이 던진 말이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있음을 깨달은 듯했다.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무겁게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희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조롱과 모욕이 나를 흔들 수 없었다. 나는 그의 뒤에서 메아리치는 그 말을 속삭이듯 되뇌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후부터 상사는 나를 피했다. 그는 나와 눈을 마주치는 것을 꺼리며,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나를 의식하지 않는 척했다. 그러나 그의 행동에는 억눌린 불안과 초조함이 배어 있었다. 그는 내가 그를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점점 더 흔들리는 듯했다. 그의 태도가 흐트러질수록, 나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사무실을 둘러보며 마지막으로 동료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들의 얼굴에는 일그러진 긴장감과 억눌린 원망이 가득했다. 그들은 내가 떠나는 것을 원망하며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 속에는 내가 떠나면 자신들이 드러날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초조함이 섞여 있었다.


그들이 나를 향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비난과 억지가 뒤섞여 있었다.


“진짜 나가겠다고? 여기서 힘든 건 다 똑같아. 그런데 이렇게 도망가면 네가 져주는 거야.”


늘 게으르고 할 일을 미루던 동료였지만, 이상하게도 나와 비교하며 자신은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뚜렷한 사람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그녀는 내가 떠난다면 오히려 다른 동료가 그녀를 더 완벽하게 도와줄 수 있을 텐데도, 내 결정을 비난하며 애써 자신을 방어하려는 모습이었다.



“어딜 가도 똑같을 거야. 그렇게 애같이 굴면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


나보다 10살이나 어리지만, 힘들면 퇴사하는 것이 어른스러운 선택이라고 늘 가르쳐주려던 동료였다. 그러나 그가 나를 비난할수록, 그의 말에는 점점 더 불안과 짜증이 묻어났다.



“그래도 나가면 후회할걸? 어디 가도 허둥댈 거 아냐.”


늘 자신의 실수를 나에게 떠넘기던 동료였다. 그녀는 내가 떠난 뒤 자신이 감당하지 못한 업무가 대형사고로 터질까 두려워하는 듯했다. 그녀의 비난에는 억지스러운 초조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들의 비난은 점점 더 독해졌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람 마음도 갖고 놀았지?”

“결국 우리를 우습게 본 거잖아.”


“처음부터 사람 같지도 않았어. 네가 차갑게 웃고 다니던 이유가 있었겠지.”


그들의 말은 독처럼 퍼져 나를 휘감았다. 그들 속삭임의 끝에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었다. 내가 떠나면, 그들의 결핍과 약점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라는 두려움이었다.




나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대신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둘러보고,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그들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비난과 수군거림은 점점 더 격렬해졌다.


“저렇게 차갑게 웃고 떠날 수 있다니… 무서운 인간이야.”


“정말 냉혈한이었어. 고양이뿐만 아니라 우리까지도 장난감처럼 다룬 거였겠지.”


그들의 속삭임은 불길처럼 번져갔다. 나는 그 모든 불안을 뒤로한 채 사무실 문을 열었다. 문이 닫히기 직전, 등 뒤에서 상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낮고 차가웠다.


“사람한테서 고양이 냄새가 나는구나. 그 냄새는 네가 떠나도 남겠지.”


그 말은 단순한 조롱이 아니었다. 마치 끝없는 저주처럼 나를 뒤쫓아오려는 악몽 같았다. 그의 목소리는 사무실 안을 가득 메웠고, 남아 있는 동료들은 침묵 속에서 얼어붙었다.




문을 나서는 순간,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그러나 그의 말은 여전히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고양이 냄새가 난다"는 그 한 마디는 마치 내 영혼 깊숙이 송곳처럼 박혀 나를 파고들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떨쳐내려 애썼지만, 그것은 어둠 속에서 나를 따라오는 그림자처럼 끈질기게 내 곁을 맴돌았다.


그때 문득, 그의 마지막 한 마디가 단순한 조롱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 고양이 냄새가 나게 해 주지. 네가 그토록 원했던 대로."


그의 말에 얽힌 어둠 속 결심이 내 안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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