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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의 사(思)생활

제1화 아침 새(朝鳥)

by 구름이

어슴푸레한 새벽, 창밖으로 고요한 건물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난다. 밤새 불을 밝히던 편의점의 LED 불빛도 이제는 피곤한지 꺼지기 시작한다. 나는 이 시간에 꼭 눈이 떠진다. 마치 내 몸이 시계라도 되는 것처럼. 이건 혹시 일 만 년 전 우리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습관일까? 우리 조상들은 해가 뜨기도 전에 나뭇잎에 맺힌 이슬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지. 그래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인간들은 ‘미라클 모닝’,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며 우리 조상들을 칭송했다. 성공하려면 꼭 새벽에 일어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인간들도 있었다. 우리 집에 사는 남자 인간, 자칭 '아빠'라는 이도 열심히 살아보겠다며 새벽 5시에 일어나 책을 쓰겠다고 도전했다. 처음엔 세 명의 인간이 노트북을 앞에 두고 함께 했지만, 나중엔 아빠 인간만 혼자 남았다.


그러다 어느 날, 아빠 인간도 그 신성한 일에 손을 놓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면 된다. 인간들은 왜 이렇게 간단한 걸 모를까? 나는 평소에 9시면 잠이 든다. 그리고 5시면 자연스럽게 잠이 깬다. 그 이상 자면 다리가 저려서 휘청거리다가 횃대에서 떨어질 수도 있거든. 그런데 어젯밤엔 우리 집 인간들이 자정을 넘겨서야 잠들어 내 수면 패턴도 엉망이 되었다. 해님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쉬러 가는데, 인간은 대체 어두운 밤에 무엇을 하느라 이렇게 늦게까지 돌아다니는 걸까? 벌써 9시가 다 되어간다. 이제 그만 자러 가야겠다.

‘안녕~ 일찍 자는 새는 일찍 일어난다.'

IMG_0255.PNG 내가 삐약 소리를 내면 동거인들은 비로소 잠에서 깨어난다. 동거인들이 나오기 전에 혼자 조용하게 새벽 공기를 즐긴다.

어느 날 아빠 인간은 자신이 새벽에 책 쓰기를 그만둔 이유를 조용히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나의 작고 따뜻한 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도 알겠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때로는 우리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잊게 만든다. 내가 새벽에 일어나니까 피곤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줄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잊게 되었어."

나는 아빠 인간의 말을 들으며, 새벽의 고요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생각했다. 아빠 인간은 단지 성공을 위해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의 시간, 소중한 순간들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천천히 살기로 한 것이다. 아빠 인간이 말한 진정한 성공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귀여웠던 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삶은 무수히 많은 ’오늘‘의 집합체이다.

그 오늘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으로 채우는 것이 성공이다.


오늘도 일찍 잠들면서 나는 속삭였다.

’안녕~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진짜 성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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