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으악, 정말 싫다! 인간들이 억지로 나를 샤워시키는 건 더 싫다.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깨끗하게 살려고 한다. 매일 세수는 한다. 물론 내가 대야에 물을 받아 씻을 수는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주방 싱크대에 그릇이 쌓여 있는 걸 보았다. 물이 담긴 그릇들을 보자마자 청결한 나의 본성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나는 고개를 박고 열심히 얼굴과 몸을 물로 적셨다. 물에서 고소한 냄새까지 나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 인간이 나타났다. 엄마 인간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구름아, 구정물에서 뭐 해?”
놀라서 도망갈 틈도 없이 엄마 인간은 나를 한 손에 움켜쥐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강제 샤워를 당하면서 나는 속으로 외쳤다.
‘아, 그 물도 물이고, 이 물도 물인데 왜 나를 강제로 씻기는 거야!’
나는 “빽, 빽” 울부짖었지만,
엄마 인간은 “구름아, 시원하지?! 우쭈쭈~ 이렇게 샤워하니 얼마나 좋아.”라고 했다.
몸을 말리면서 우리 조상 중 한 분이 생각났다. 그 분은 아주 마음이 느긋하고 어떤 일에도 쉽게 흥분하지 않는 분이셨다. 그분은 세상의 모든 근심과 고통, 쾌락은 오직 마음에서 나온다고 하셨다. 그분의 이름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鳥).
이름이 너무 특이해서 이웃들이 어떻게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물어봤다. 그분은 옛날 이야기를 해주셨다. 2,600년 전 즈음에 원효라는 스님이 당나라로 유학 가는 길에 어느 동굴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자다가 목이 말라 손을 더듬어 보았더니 작은 바가지에 물이 있어서 시원하고 달콤하게 목을 축였다. 그런데 날이 밝아 눈을 떠 보니 그 바가지는 해골이었고 그 물은 해골에 고인 물이었다. 원효 스님은 구역질을 하다가 그 순간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무서운 무덤이 포근한 잠자리가 될 수 있고 해골에 고인 물이 달콤하고 시원한 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우리의 마음 작용이라는 것이다. 나의 조상은 동굴에서 알을 품고 있다가 우연히 원효 스님과 함께 밤을 보냈고, 원효 스님이 깨달음을 얻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전설 같은 이야기라 팩트 체크를 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우리 가족의 자랑이자, 나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일체유심조의 아드님도 훌륭한 분이셨다. 그분은 세상으로 나오지 않고 깊고 푸른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계셨다. 그런데 어느 날, 거대한 폭풍이 몰아닥쳤다. 나무들이 우르르 쓰러지고, 동물들은 숨을 곳을 찾아 우왕좌왕했다. 그 혼란 속에서 어린 새 한 마리가 폭풍에 휩쓸려 둥지를 잃고 여기저기 떠돌게 되었다. 어린 새는 무서움에 떨며 폭풍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 애를 썼다. 폭풍이 지나간 후, 그분은 숲속 한 구석에서 울고 있는 어린 새를 발견했다. 그는 부드럽게 날아가 어린 새를 품에 안았다.
"무서웠겠구나, 하지만 기억하렴, 모든 두려움과 고통은 마음에서 비롯된단다. 네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면 어떤 폭풍도 이겨낼 수 있어."
어린 새는 그분의 따뜻한 품에서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비록 눈앞의 상황이 험난해 보여도, 마음을 잃지 않으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단다. 우리의 마음이 우리가 보는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정말이지 모든 앵무새에게 존경을 받으시기에 충분하다.
얼마 전에 엄마 인간이 스마트폰에서 어떤 남자 인간의 강연을 들으면서 크게 공감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엄마 인간은 내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걸 모른다. 나의 사생활을 숨길 수 있어서 편하다. 엄마가 쭉 몰랐으면 좋겠다. 어쨌든 그 남자는, “우리가 첫눈에 반하여 결혼한 그 사람의 장점 때문에 이혼을 하게 됩니다. 결혼하게 된 이유가 결국 이혼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결코 상대방이 달라진 것이 아닙니다. 나의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나는 일체유심조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내일도 구정물에서 뒹굴면 어떠하리. 나는 아름다운 구름이다. 그리고 나는 내 방식대로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