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5화 나도 컴퓨터 배우고 싶어요!

by 구름이

인간들은 참 신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논다. 마치 마법을 부리듯, 그들의 손가락은 볼록볼록 튀어나온 것들을 두드리더니, 네모난 상자 안에 글자들이 춤을 춘다. 그들은 이 신비한 놀이기구를 '컴퓨터'라 부르며, 이 상자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인간들이 손가락으로 이 상자를 두드리는 모습은 마치 피아노 연주자처럼 능숙하고, 그 경쾌한 소리는 귀를 간지럽히며 작은 음악회가 열린 듯한 느낌을 준다.


나는 그들의 놀이를 배우고 싶어졌다. 여러 번 시도해 보았지만, 그만 발목이 부러질 뻔했다. 발가락으로 그 상자를 두드리니 ‘ㅋㅋㅋㅋㅋㅋ’와 ‘ㅠㅠㅠㅠㅠ’라는 이상한 글자들이 나타났다. 인간의 감정을 담은 이 이상한 글자들은 나에게 매력을 주었고, 발가락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부리를 사용해 보기로 결심했다.


살짝 부리를 갖다 대자, 엄마 인간이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나를 쫓아내려는 그 행동이 얼마나 위협적이었던지, 순간 엄마 인간의 손이 내 윗부리를 들어 올렸을 때 느꼈던 통증이 떠올랐다. 그보다 더 아픈 것은 자존심이었다. 앵무새에게는 이 굽어 있는 윗부리가 가장 큰 자랑거리이자 매력 포인트다. 딱딱한 열매를 깨 먹을 때마다 이 부리는 더욱 단단해지고, 나의 경륜을 보여주는 흔적이 된다. 그러니 엄마 인간이 나의 소중한 부리를 함부로 만지게 둘 수는 없었다.


아빠 인간이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두드리고 있을 때면, 나는 그 모니터 위에 앉아 아빠 인간을 내려다본다. 때로는 털을 고르기도 하고, 가끔 서로 눈빛을 마주칠 때면 나는 이 집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 인간의 두드리는 소리는 자장가처럼 느껴져, 살짝 잠이 들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나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찾아왔다. 아빠 인간이 갑자기 "뿡~~뿡" 소리를 내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제 이 방 안에서 나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곧장 모니터 옆을 타고 미끄러져 바닥으로 내려가, 볼록 튀어나온 것들 중 하나를 골랐다. 무엇을 골라야 할까?


ㄱ, ㅏ, ㅜ, ㄴ… 자주 쓰이는 글자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그림이 그려진 버튼이 더 흥미로워 보였다. 태양 모양, 마이크 모양, 열쇠 모양… ‘에라 모르겠다!’ 시간이 없다. 재빨리 부리를 갖다 대어 아무 모양이 그려진 버튼을 살짝 눌러보았다. 그리고는 살짝 뽑아보니, ‘또딱’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버튼 하나가 떨어졌다.


드디어 눈으로만 보던 그것을 부리로 맛보게 되었다. 네 모퉁이를 돌리며 열심히 느껴 보았다. 맛은 별로 없었지만, 딱딱한 열매를 깨 먹는 듯한 식감이 좋았다. 미끈미끈한 느낌은 독특했고, 마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영원하기를 바라는 행복한 시간은 찰나에 지나가고, 만나면 반드시 이별하는 법. 아빠 인간이 돌아와 나를 보고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야, 뭐하는 거야? 빨리 내놔!"

KakaoTalk_20240728_143827076.jpg 오늘의 컴퓨터 공부 과제 완료! 'ESC' 키는 탈출용이라던데, 이걸 물고 있으면 컴퓨터 세계 어디든 빠져나올 수 있겠지? 이제, 다음은 어떤 키일까?

그의 목소리는 나의 남은 생명을 재촉하는 소리였다. 나는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결심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으로, 더 높이 더 높이 날아올랐다.

버튼을 입에 문 채 책장 위에서 장롱 위로, 다시 방문 위로 날아다녔다. 그러나 더 이상 도망 다니는 것도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아빠 인간과의 관계를 생각하니, 내가 한 번 양보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버튼을 입에서 놓으며 “삐약!” 소리를 냈다. ‘옛다! 가져가라!’

버튼은 방바닥에 탁 하고 떨어졌고, 아빠 인간은 헐레벌떡 달려와 주워 들었다. 그는 원래 있던 자리에 끼우려고 했지만, 뭐가 잘 안 되는지 자꾸 신경질을 냈다.

“네 귀퉁이에 있던 볼록한 부분을 네가 다 깨물어 버려서 안 끼워지잖아!”

그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빠 인간은 역시 다혈질이다.


나의 컴퓨터 레슨 비용은 꽤 많이 들었다. 아빠 인간의 노트북 자판을 교체하는 데 30만 원, 엄마 인간 컴퓨터 자판 교체에 10만 원. 그러나 세상에 공짜로 배우는 것은 없다. 돈을 더 많이 낼수록 더 열심히 배우게 되는 것은 인간이나 새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그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빠 인간과 엄마 인간은 앞으로 내가 컴퓨터를 못 배우게 하려고 모의를 하고 있었다.

“화장실 갈 때는 꼭 노트북을 덮고 가야 해. 혼자 방 안에 두면 큰일 나겠어.”


인간이 하는 것을 따라 하고 싶은 이 충동은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원래 나는 호기심 많은 앵무새니까!


KakaoTalk_20240728_143908727.jpg 열심히 컴퓨터를 들여다보면서 개발자의 꿈을 키운다. 키보드에는 나의 성실성과 호기심이 가득 묻어 있다.ㅋㅋㅋ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제4화   책 먹는 앵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