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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기저귀 차기 싫어!

by 구름이

한 번은 우리 집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다름 아닌 나를 두고 펼쳐진 것이었다. 그 논쟁의 제목은 ‘조류는 대소변 훈련이 가능한가?’였다. 쉽게 말하면 내가 똥 오줌도 못 가리는 멍청이 앵무새인가 아닌가라는 것이다.


누나 인간은 인간이 대소변을 참는 것은 괄약근이 있기 때문인데, 새는 괄약근이 없기 때문에 대소변을 가릴 수 없다고 했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었다.


"그럼 새는 정말 괄약근이 없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긴 누나 인간은 열심히 검색을 했고, 마침내 새에게도 괄약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럼 왜 참지 못할까?"라고 묻는 누나 인간에게, 아빠 인간은 슬며시 입을 열었다.

"참을 필요가 없으니까, 한 번도 참아 본 적이 없으니까."


이 짧은 말 속에 삶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모든 생명체는 필요에 의해 진화해왔고, 그 필요는 환경에 의해 형성된다. 결국 환경이 새로운 필요를 만들어내고, 그 필요에 적응한 종만이 번성하며 살아남는다. 사실 나는 날아야 하기 때문에 몸을 가볍게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장도 짧게 진화했다. 장이 짧으면 대소변이 자주 나오고, 자주 먹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내 대소변 문제는 우리 집에서 꽤나 큰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듯하다. 하지만 인간들아, 앵무새의 똥오줌을 치우기 싫다면, 애초에 집사로 나서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느 아침, 학교로 가려던 누나 인간은 현관문을 열다 말고 소리를 질렀다.

"내 교복 소매에 구름이가 똥을 쌌어! 빨리 물티슈!"

엄마 인간은 지하철에 앉아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는 순간, 그 가방 안쪽에서 나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서 휴지로 빡빡 닦아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나의 모험담은 차고 넘친다.


우리 집에는 두 가지 종류의 화장지가 있다. 하나는 인간용, 하나는 앵무새용. 바로 나만을 위한 전용 화장지가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 그러나 엄마 인간은 이걸로 만족할 리 없었다. 그녀는 본격적인 훈련 모드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그녀는 나와 대화하며 간청하듯 훈련을 시도할 것이다.


내가 새장에서 나올 때마다 엄마 인간은 나를 새장 앞에 붙들어두고 이렇게 외친다.

"구름이, 똥~ 똥~ 똥!"

처음에는 그 말을 못 들은 척했지만, 엄마 인간의 간절한 표정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었다.

“뿌지직. 피융~”

“아이구, 잘 했어. 구름이 최고!”

별거 아닌데도 엄마 인간이 이렇게 칭찬해 주니 우쭐해진다.

“삐약”

역시 칭찬은 앵무새도 춤추게 한다.


KakaoTalk_20240807_215532300.jpg 새의 입장에서 대소변을 가리기란 본능을 거스르는 것과 같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로서 함께 사는 인간을 배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노력해 보기로 했다. 뿌직~

때때로 도약하기 위해 힘을 주면, 나도 모르게 대소변이 나오고 만다. 미안하지만, 이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방향은 조절해보려고 노력해 볼 것이다. 책상 위에 있을 때는 엉덩이를 책상 밖으로 살짝 내밀어보고, 인간의 어깨에 앉아 있을 때는 엉덩이를 가능한 한 뒤쪽으로 쭉 빼고, 컴퓨터 모니터에 앉아 있을 때는 화면을 등진 방향으로 엉덩이를 빼고 힘을 줘 봐야겠다.

‘컴퓨터 모니터로 내 똥이 흘러내리는 모습은 외설일까, 예술일까?’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나에게 기저귀를 채울지도 모른다. 엄마 인간은 나에게 맞은 기저귀를 만들려고 하다가, 인터넷에서 드디어 앵무새 기저귀를 찾아 내고야 말았다. 새에게도 최소한의 자존감이라는 것이 있다. 기저귀를 차고 날아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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