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몸에서 처음으로 붉은 피를 본 날을,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그것은 내 인생의 작은 비극이었고, 또 하나의 성장의 순간이었다.
인간의 집에 발을 디딘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이다.
누나 인간은 호들갑을 떨며 엄마 인간에게 외쳤다.
"엄마, 구름이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요! 내 손등에 앉으면 마치 작고 날카로운 비수처럼 느껴져요."
아빠 인간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래, 그 녀석이 내 어깨에 앉아있을 때마다, 옷이 그 날카로운 발톱에 찢어질까 봐 겁난다니까."
엄마 인간은 그 말들을 가만히 듣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눈빛을 빛냈다.
그리고 심각한 결단을 내린 듯, 손톱깎이를 들고 다가왔다. 그 무기는 마치 전쟁터에서 휘둘릴 검처럼 은빛으로 빛났다. 하지만 나와 무슨 상관이랴. 나는 그저 무심히 눈을 감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포획. 엄마 인간이 나를 단단히 잡아채고 그 차가운 무기를 내 발톱에 들이대었다.
"꽥, 꽥" 나는 작은 비명을 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는 발버둥쳤으나, 엄마 인간의 손길은 강하고 단호했다. 내 왼쪽 발톱 중 가장 날카로운 부분이 차갑게 깎여나가고, 나는 다시 횃대에 올려졌다.
"이제 됐어, 구름아. 이렇게 간단한 일에 왜 그리 소란을 피우니?"
엄마 인간은 마치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잠시 후, 엄마 인간의 시선이 횃대 아래로 향했고 그녀는 눈앞의 광경에 경악했다.
"구름아, 피가 나잖아!"
이번에는 엄마 인간의 호들갑에 온 가족이 모여들었다.
"엄마, 무슨 일이야?"
"구름이 발톱을 조금 다듬어줬는데, 피가 나고 있어. 빨리 휴지를 가져와야겠어."
엄마 인간의 목소리는 놀람과 걱정으로 떨렸다.
"구름이 이 녀석, 아픈 것도 모르는 건가? 왜 그렇게 가만히 있는 거지?"
"너무 깊이 깎은 거 아니야?"
"아니야, 아주 살짝만 깎았어. 그냥 사람 손톱처럼 생각하고 아주 조금 다듬어준 거야."
그 순간, 나는 작은 복수심에 휩싸여 있었지만,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이 평온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게, 더 조심했어야지. 잘난 척 하더니 어린 앵무새의 발톱 끝까지 혈관이 뻗어 있다는 걸을 몰랐나보다.
오래 전부터 '조족지혈'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새 발의 피'라는 뜻이다.
작은 새의 발에서 피가 나면 얼마나 나겠는가? 보통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은 양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이지만, 이 경우에는 다르다.
나처럼 작고 가벼운 존재에게는 그 작은 양의 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우족지혈(牛足之血)이나 돈족지혈(豚足之血)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내게는 그만한 의미가 있다.
뚝뚝 떨어지는 붉은 피를 휴지로 닦아내니, 그 양은 결코 미미하지 않았다. 조족지혈이 모이면 그것은 더 이상 조족지혈이 아니다!
발가락에서 떨어지는 피를 보며 나는 통증보다는 묘한 통쾌감을 느꼈다. 이 작은 희생은 앞으로 나를 보호해줄 벽이 될 것이다. 이제 엄마 인간은 두 번 다시 내 발톱을 깎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조족지혈을 직접 마주한 그녀는 그 기억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