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의 봄, 부모님은 손을 잡았다

90세의 봄

by 담월

90세의 봄, 부모님은 손을 잡았다


담윌




아버지는 늘 앞서 걷고, 어머니는 조금 뒤에 따라오셨다.


어릴 적 기억 속 부모님의 모습은 언제나 그랬다.

아버지는 말이 없었고, 어머니는 말이 많았다.

그 말은 종종 아버지의 침묵에 부딪혀, 부서지곤 했다.


그렇게 두 분은 평생을 다투고, 또 살아내셨다.


오랫동안 그 싸움이 사랑의 반대말인 줄 알았다.

그래서 집이라는 단어가 가끔은 멀고, 버겁게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 두 분은

손을 꼭 잡고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신다고 한다.


먼저 일어난 아버지가

어머니의 옷을 꺼내 놓고, 식탁에 앉아 기다리신다고...


어머니가 허리를 굽혀 자리에 앉으면,

아버지는 말없이 약을 챙겨 어머니의 손에 쥐어드린다.


“이거 먹어야 안 어지럽지.”


그 한마디에, 젊은 시절 말하지 못한 미안함과 사랑이

오롯이 담겨 있는 것만 같다.


어머니는 가끔 내게 웃으며 말씀하신다.

“니 아부지, 젊을 때는 정말 무서웠다. 근데 이젠 애야, 애.”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밥상 위 젓가락 하나에도 눈치를 보게 하던 분이었고,

TV 채널 하나 마음대로 못 돌리게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요즘엔

어머니가 기침만 해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웃는 얼굴만 봐도 따라 웃는다고 한다.


나는 그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전해 듣기만 해도 마음이 뭉클해진다.


사랑은 어쩌면, 결국 서로를 기다려주는 일이 아닐까.


긴 인생을 돌아

서로의 곁에 조용히 머물게 된 두 사람을 떠올릴 때,

나는 늦게서야 부모의 사랑을 배운다.


90세의 봄,

두 분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연인처럼

오늘도 손을 맞잡고

함께 하루를 건너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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