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

이 세상에 초대해 주신 사랑

by 담월

부끄러운 고백


담월




어릴 적 사진첩을 넘기다 보니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왔다는 생각이 든다. 형제들과 함께 찍은 사진 속 어린 나는 아버지가 짜주신 모자를 쓰고 단정하게 서 있다. 그 사진 한 장에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부모님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머니의 손은 늘 거칠었다. 장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내 옷을 꿰매던 손이다. 어린 시절, 요강에 앉아 볼일을 볼 때도 이유 없이 줄줄 흘렀던 코피를 어머니는 그 거친 손으로 내 이마를 톡톡 두드리며 멈추게 하셨다. 열이 날 때도 내 이마를 쓸어주시며 열을 내리게 하셨다. 세상 그 어떤 약보다 효험이 있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상을 차리시던 어머니의 뒷모습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걸 한참 후에야 알았다.


말없이 묵묵히 일하시던 아버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새벽 일찍 일터로 향해 걸가시는 아버지의 그 넓은 어깨가 우리 가족을 지탱해 왔다는 사실이 가슴 한편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런 부모님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마다 부모님은 당신들이 누려야 할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사셨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내가 부모님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한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세상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아프면서 아프다 편안하게 말도 못 하시고 힘들면서도 웃어야 했을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삶보다 다른 누군가의 삶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돌아보니 이제 부모님의 머리는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한가득이다. 시간은 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는 진리 앞에서 나는 자꾸만 초조해진다. 아직 다 갚지 못한 것들이 많고 아직 다 전하지 못한 말들이 너무 많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간단한 말조차 쑥스러워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부모님께서 영원하지 않다는 것과 당연한 것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아흔이 넘어도 여전히 걱정이 많으시다. "밥은 묵었나?" "발은 이제 좀 어떻노?" 그 짧은 질문 속에 담긴 염려와 사랑, 나는 이제 그 질문에 정성껏 답한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효도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전화를 끊고 속으로 되뇌어 본다.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넘어질 때마다 일으켜주시고 제가 방황할 때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자식이지만 그저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주 글감을 놓고 어느 때보다 고민이 많았다. 부모님, 은사님, 친구 등 많은 분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부모님께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글로써나마 고백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내 인생 가장 큰 축복이다. 이 세상에 초대해 주신 부모님께 이제라도 감사함을 진심으로 고백하고 싶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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