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명절. 드리고 연휴.
고기도 과일도 사야 하고 어르신들 용돈도 챙겨야 하고 아이들 옷도 사 입혀야 합니다. 집안일뿐인가요. 집 밖에서도 명절과 연휴는 넘어야 할 파도입니다.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고민이 많아지는 시즌입니다. 상여금 받을 여건이 안 되는 곳은 특히 그러합니다. 저희 회사요. 다들 기대했지만 명절 전 지급은 어려웠고 명절 후 지급될 예정입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돈 나갈 자리는 많은데 들어올 돈은 시원찮아요. 희한해요. 주식으로 많이들 번다는데 저는 벌어도 잃어도 몇 만 원 수준. 판돈을 키우면 된다는데, 돈도 없고 간이 작아서 그게 참 어렵네요.
돈이 없다. 이 말이 입에 붙었습니다. 돈 없는데 한우고기 사가지 말까? 덮고 자는 이불 새로 할 때가 됐지만 돈 없으니까 그냥 말아야겠지? 속옷 양말 수건 싹 새로 장만하고 싶지만 돈도 없고 참자. 팔도 저리고 머리도 아픈데, 약 한재 해 먹을까 싶다가도, 돈 없으니 말자. 접어둡니다. 아이 영어 학원 갈 때가 되었는데, 어떻게 보내지 하며 궁리하다가도, 에이 본인도 안 가겠다 하고 돈 없으니 말자 싶어요.
돈이 없다? 이 말 참 이상합니다.
사실 저는 항상 돈과 함께 생활하거든요!
월급 받으며 출근하고, 주식 창도 들여다 보고, 경제 블로그로 메르의 블로그 즐겨 보고요. 인베스팅닷컴 원자재와 여기저기 환율도 수시로 체크합니다. 회사에선 물건 견적 문의 답변도 해줘요. 회사뿐 아니라 집 입출금 상황도 체크하면서 항상 돈과 밀착된 생활하고 있습니다. 공기처럼 돈과 함께 숨 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왜 돈이 없다고 말할까요.
돈은 항상 제 주변에서 흐르고 있는데,
왜 저는 마치 돈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할까요.
따지고 보면 정말 저에게 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기 쓰고, 뜨신 물 나오고, 오물 처리 가능하며, 따뜻한 밥 차려 먹기엔 충분합니다. 그뿐인가요. 대출금도 내고, 세금도 냅니다. 가끔 여행도 갈 수 있어요. 사실 현재 행하고 있는 일을 하기엔 그야말로 충분합니다. 옷을 더 사거나, 학원을 더 보내거나, 여행을 더 멀리 가거나 하기에 좀 모자란 거죠. 그러니까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쓰려고 하기에 좀 부족할 뿐이죠.
'돈이 없다'는 말을 바꿔야겠습니다.
'돈이 좀 부족하다' 어떤가요? '현재 보단 미래에 무엇을 새로 하기에 좀 부족하다'가 더 정확하려나요? 그러니까 다시 말해 '현재는 이만하면 충분하다?!' 좀 더 비약하면 '지금 이 순간 부족할 게 뭐 있노?!'
뭐, 현재는 선물, present라잖아요. 그래도.
솔직한 심정으론 돈이 항상 충분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능성의 문은 열어두는 게 좋잖아요. 그래도 이렇게 꺼내 놓으니 좀 편안합니다. 남은 연휴, 돈에 대한 아쉬움 접어두고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걱정은 다음 주에 다시 시작하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