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꿈은 동경에서 시작되는 경우들이 많다. 어릴 적 나만의 슈퍼맨이었던 아버지의 모습. TV 속 히어로들의 눈부신 활약상, 혹은 위인전 속의 인물일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을 동경하게 될 수도 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성장하게 되면 우리는 우리 나름의 꿈이 생기고 동경의 대상에서 닮아가고 싶은 혹은 따라가고 싶은 "롤모델"로 변화하게 된다. 단순히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닮아가고 싶은 그 사람의 성장을 궁금해하고 나도 비슷한 길을 가고자 하는 가치관의 리더의 모습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중에 그 롤모델이 실제로 만날 수 있고, 가까운 존재인 경우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멘토의 경우 지속적으로 나의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받고 지속적인 자극이 되어 주는 경우가 있다. 학교의 경우 선생님이나 선배들이 이 역할을 맡아주는 경우들이 있고, 취업 초기의 경우 직속 선배나 해당 직책자가 이 역할을 맡아주는 경우가 있다. 동경하는 사람이나 롤모델, 멘토의 경우가 모든 사람에게 모두 존재하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꿈을 이야기하거나 목표를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이 연계되어서 말하게 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아동기 => 동경하는 대상
청소년기/청년기 => 롤모델
사회초년기 => 멘토
중장년기 => 부재
나이가 들고 사회적인 책임 속에 헤매다 새로운 꿈을 이야기할 때, 가장 슬픈 현실 중에 하나가 내가 동경하고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새로운 꿈이 어떠한 분야의 개척자여서 롤모델의 존재가 필요 없는 경우 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롤모델이 없다. 그러다 보니 새로 시작하는 꿈은 더 외롭고 힘들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우리의 동경의 대상과 롤모델은 항상 근사한 모습으로 저만치 서 있었다. 우리는 점점 멀어져 가는 그에게 더 가까워 지기 위해 그들이 했던 비슷한 노력들을 흉내 내곤 한다. 그래서 그의 존재가 그의 발자취가 우리에게는 아주 좋은 자극제가 되고 동기 부여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존재가 없다. 아마도 지금의 우리들에게 동경하는 대상이나 롤모델이 사라져 버린 것에는 여라 가지 이유가 있다
1. 롤모델이 은퇴했다. - 보통 우리가 동경하던 롤모델의 위치는 아마도 전성기였을 확률이 높다. 그들이 가장 왕성하게 성과를 내고 높은 위치에 존재할 때 우리는 그들을 더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나이가 들어 점점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는 시기일 때 그들에게도 위기가 오고 쇠태도 하게 된다. 즉, 내가 어릴 때 동경하던 대상이 동경할 수 없는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동경했던 것은 그들의 전성기였지만 우리가 정말 동기부여가 돼서 힘을 내야 할 시기에 그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물론 그들의 은퇴마저도 너무 완벽해서 동경이 더욱 강력해지거나 그의 은퇴가 나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동경하며 따라가던 동력은 결국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동경할 대상은 더 이상 현역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2. 현실을 마주한다. - 우리가 바라보던 동경의 대상이나 롤모델은 아마도 잘 포장된 모습들이었을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던 우리의 시선은 그들의 멋지고 화려한 모습만 보이거나, 아니 그런 모습만 보려고 했을지 모른다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나이가 들고 그와 같은 환경에 속하게 되었을 때 그들의 진짜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롤모델은 멀리서 바라보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게 되고 막연한 동경이 현실적인 상황으로 분석되면서 그 신비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롤모델의 은퇴를 경험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충격을 받게 되는 경우들도 있다. 심지어 정말 열정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성장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그 모든 노력과 희생을 지금 우리의 상황에 대입했을 때
"나는 저렇게 못한다."
"굳이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저런 삶이 더 이상 부럽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 생각들은 결국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으로 오히려 더 멀게 두게 되는 것이다.
3. 삶의 무게 - 마지막으로 가장 슬픈 케이스는 그냥 잊게 되는 것이다. 치열한 우리의 삶으로 인하여, 과거의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무한한 기회들이 존재했다. 그 당시 우리에게 동경하는 대상이나 롤모델은 너무 좋은 자극이자 곧 만날 우리의 미래였다. 하지만 막상 살아가다 보니 우리의 한계가 드러나고 나의 상황이 구성되고 동경에 대상이 우리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자각이 되는 순간부터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잊히는 것이다. 저 멀리 떠있는 달보다는 지금 우리 발걸음이 이어지는 길을 봐야 하는 현실이 결국 "어릴 적 꿈"이라는 단어로 잊히고 지워지게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그 동경의 대상을 잊지 않고 계속 마음에 담아둔다고 해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허황된 꿈이나 미련, 철없는 몽상이라고 치부하며, 현실에 집중하라는 조언만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흐린 기억 속에 잊혀 가는 그 누군가라도 필요하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 더 그 롤모델이 더 간절하게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삶을 핑계로 우리 꿈을 모른 척 하기에 우리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미 무거워진 발걸음을 떼기 위해서는 흐릿한 뒷모습이라도 필요한 것이다. 다만, 지금부터의 롤모델은 어릴 적 찾던 그 기준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1) 나이나 경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 우리의 어릴 적 동경의 대상들은 모두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 성공한 선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준에서 찾기에는 이미 우리가 나이도 너무 많고 경력도 너무 많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선배가 아니라 우리가 본받고 배워야 할 존재이다. 그러니 나이나 경력으로 동경의 대상이나 롤모델을 찾지는 말자. 나이가 어리든 우리보다 경력이 짧던,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존심 세우지 말고, 당당하게 동경하자
2) 어차피 같은 길은 없다. - 어릴 적 롤모델을 동경하여 그가 어느 학교를 나왔고, 전공이 뭐였고, 어느 회사를 갔는지 그 족적을 따라가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누군가의 길을 따라갈 수도 없고, 지금의 세상은 같은 길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그들의 족적이 아니라 그들의 가치관과 태도다. 수시로 바뀌는 세상에서, 모두가 힘든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법과 노력으로 다른 성과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그 정신세계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많은 길을 걸어왔다. 이제 와서 누군가의 길을 쫓아가려고 롤모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그들이 새로운 곳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거침없는 걸음걸이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3)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 그들이 가진 것을 판단하지 말자 - 세상을 이미 좀 살아오게 되면 우리의 경험과 생각들이 많은 것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우리가 새롭게 찾아낸 동경의 대상도 조금 더 파 들어가다 보면 우리의 기준으로 그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재단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각은 정답이 아니고 우리의 경험은 참고사항이지 절대적 진리가 아니다. 누군가의 삶을 배우고자 한다면 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 우리가 들어가서 배워가려고 하다 보면 우리의 생각이나 경험이 고집이 아닌 조합이나 시너즈라는 단어로 변해 갈지 모른다. 우리가 살아온 삶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모두 옳은 것도 아니다. 우리의 고정관념이 새로운 누군가와의 조합을 막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와 함께 하려고 한다면 우리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장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전체가 아니어도 된다. 누군가의 삶이 멋있다고 느껴졌다고 모든 걸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아니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을 없다 하는 사실을. 이미 내가 살아 본 삶이 있기에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이 멋있지는 않을 것이다. 조각이어도 된다. 그 사람의 한 부분, 한 면, 포인트 하나라도 배우면 된다.
"워크엔 라이프를 잘 조율하는 모습 "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겁내지 않는 모습"
"아직도 공부하는 모습"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습"
"사람들과의 대화를 주도하는 모습"
"자기 관리를 잘하는 모습"
전체가 아니어도 된다. 내가 함께 일하는 여러 사람들의 한 가지 장점들만 배우려고 해도 내 머릿속에는 엄청난 롤모델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현실에 없어도 내 머릿속에 있으면 된다. 우리가 될 수 없어도 최선을 다해서 따라가면 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나에게는 영웅이 참 많았다. TV에 나오던 히어로와 가수들. 학교의 선생님과 선배 형들,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 하지만 어느새 나에게는 아무런 영웅도 없다. 이미 나는 그들의 뒷면을 봐버린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참 부러운 사람들이 많아진다.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 잘 나가는 친구와 선후배들, 금수저와 은수저들. 중요한 것은 영웅은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부러운 사람은 나를 쪼그라들게 한다. 영웅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생기지만, 부러운 사람은 저 사람이 잘 안되기를 바라게 된다. 상대방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그 사람을 부러워할지 동경할 지의 선택이 그들의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그 이후에 나의 태도도 변화시킨다.
동경하자.
내가 배울 수 있는 사람을 찾자. 그래야 나도 누군가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지금부터 한 10년쯤 후에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