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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는 직원을 잡지 못하는 이유

내 새끼와의 이별

by 박희종

나는 4년 차 팀장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은 팀장이라는 직책을 일찍 달았고, 어쩌다 보니 여느 팀보다 많은 팀원들을 이끌고 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몇몇의 직원들이 퇴사하겠다 면담을 요청했었고 그때마다 설득하고 만류했지만 잡히는 팀원들도 있었고 결국 떠나는 팀원들도 있었다.

오늘 한 팀원이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떠났다. 공채로 들어와 꽤 오래 함께 일한 직원이었고, 가장 힘든 시기에 가장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내가 팀장이 되었을 때 단 세명이던 팀원 중 하나였다.

많은 술자리에서 나는


"넌 내 새끼야. 그러니까 나랑 같이 오래가자"


라고 말하곤 했고 그때마다 그러겠다고 대답하던 끈끈한 후배였다.


그가 2년 전에 퇴사 면담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회사의 불합리적인 업무와 다른 팀원들과의 마찰로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 것 같았다.


" 네가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하는 것이나 혹은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나가는 거라면 말리지 못한다. 하지만 단지 지금의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떠나려는 것이라면 난 보낼 수 없다. 조금만 더 참아봐라."


설득은 먹혔고 상황도 나아졌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흐르고 그동안 그의 입지도 더 좋아졌다. 그런데 다시 퇴사를 하겠다고 했다.


"왜 나가려고 하는데?"


"하고 싶은 게 생겼어요~ 가고 싶은 회사가 생겼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해보려고 했는데 시험이 어려워서 쉽지 않아요. 이대로 가다가는 이것도 저것도 안될 것 같아서

퇴사하고 제대로 준비해보고 싶습니다"


그는 얼마 전까지 나에게 사고 싶던 차가 있다고 진지하게 알아보고 상의하곤 했었다. 심지어 계약까지 했었는데 그 차도 쿨하게 포기하고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나는 아무런 설득의 말도 하지 못했다. 이미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온 그에게 나의 설득은 방해일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최대한 그가 유리한 상황에서 퇴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


우리 팀에는 또 한 명의 퇴사 희망자가 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본인의 목표와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에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고 발령도 다른 곳으로 났다. 회사에서는 분명히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이지만 그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다.


"저는 이미 마음이 떴습니다. 새로운 곳을 알아보고 있어요.

"

" 그래 알았어 대신 천천히 제대로 알아봐 더 좋은 곳으로 가거나 더 좋은 조건이면 말리지 않으니까"


"예 대신 이직을 준비한다고 일을 허술하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나는 그가 꽤 오래 나와 더 함께 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능력으로는 더 좋은 곳에 갈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조금은 이성적인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퇴사를 결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수없이 많이 고민해 봤고 몇 번의 이직을 했다. 그런데 꽤 많은 퇴사의 결심이 충동적이었다는 걸 알았다.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나에게 불리한 상황인걸 알지만 순간에는 절대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한다.

퇴사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항상 조언한다. 참으라는 것이 아니라 재보라고 지금의 나의 상황과 지금의 고통이 얼마나 갈지 퇴사 후에 무엇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고, 그 계획은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인지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하는 퇴사는 도전이다

하지만 충동적으로 지르는 퇴사는 도망이다


지금도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도전하라 그 누구도 잡을 수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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