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이 나였던 적이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마지막 잠이 드는 순간까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나를 위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항상 나를 보살펴 주셨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 주고 나에게 칭찬만을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장군감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씨름 선수가 되라고 하기도 하고, 크게 될 놈이라고 거칠게 덕담을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 시절 나는 아주 큰 우량아였다.) 그러다 보니 그때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어른만 되면 뭐든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당시 나의 꿈은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 대통령은 아이들의 꿈 순위 1위였다. 그래서 나는 더 큰 꿈을 꾸기로 했다. 더 큰 꿈. 더 대단한 꿈.
"저는 커서 세계 대통령이 될 거예요."
그때 생각에는 미국의 대통령이 세계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는지 나는 세계 대통령(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대충 내가 5~8살 사이의 이야기인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존재만으로 예쁨을 받던 시기였고, 내가 물어보는 것에 대답만 좀 잘해도, 어른들에게 인사만 잘해도 다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리 잘 보여 놔야겠다고 하셨다. 그러니 나는 이미 대통령이 된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보통 이런 희망적인 마인드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건 아마도 학교에 다니는 순간부터 누군가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나의 세상에서 항상 내가 중심이고 나만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막상 학교라는 곳에 가보니 나 같은 아이들이 가득하고 심지어 나보다 키가 큰 아이도 있고, 덩치가 큰아이도 있으며, 나보다 잘생긴 아이도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있어서 더 이상 나는 뛰어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꿈은 자존감이라는 밭에서 자란다. 나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높을 때는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지기 때문에 꿈도 커지고 희망도 커진다. 하지만 자존감이라는 밭에 거름이 부족하면 꿈은 자라지 못한다. 그런 부족한 나의 자존감이 다른 누군가와 비교되기 시작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더 이상 나는 이 세상 위에 있지도 않고, 중심에 있지도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어머니였다. 우리 어머니는 전형적인 고슴도치셨다. 귀하게 낳은 늦둥이 막내아들이다 보니 어머니 눈에는 모든 것이 최고였고, 항상 우선순위였다. 학교에서 나는 가장 키가 크지도 않고 덩치가 크지도 않고, 공부를 제일 잘하지도 않고, 제일 잘생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학교에서 돌아와 다시 나의 세상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우리 어머니에게는 내가 키도 제일 크고 제일 잘생기고 제일 똑똑한 세계 최고의 아들인 것이다. 지금 생각할 때 내가 성장하는 내내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고 낙천적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시던 우리 어머니의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 어머니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도 자주 해주셨다.
" 네가 어릴 때 한 2~3살쯤 인가? 시골에 가려고 기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마주 보는 자리에 한 스님이 너를 빤히 보더라고, 그러더니 니 이마부터 머리통을 이렇게 저렇게 만져보시는 거야. 그러고는 아주머니 얘만 믿고 사세요. 이놈 아주 큰 일 할 놈이야. 일당 백은 해! 이러더라니까 "
어머니는 이 말을 할 때마다 내 머리를 스님이 되신 것처럼 만져보시곤 흐뭇하게 웃으시곤 했다. 솔직히 말하면 진짜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아니 그 상황은 진짜겠지만, 그 스님이 얼마나 영험한 분이신 건지 혹은 어떤 근거로 그렇게 이야기하신 건지 믿을 수 있는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는 이 이야기를 참 좋아하셨다. 이미 본인의 세상에서 내가 최고인 분이셨는데 그 아이가 장차 크게 될 거라고 스님이 예언을 해주시니 얼마나 좋으셨겠는가? 그래서 진실인 지보 다는 그 상황 자체가 우리 어머니에게는 나에 대한 기대의 근거가 되었고, 그 근거가 결국 나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아주 좋은 양분이 된 것이다.
" 너는 어릴 때부터 뭐하나 하겠다고 하면 꼭 하고야 마는 아이였어! 그러니까 뭐든지 될 거야! 걱정하지 마 "
" 너는 어릴 때부터 인복이 있어!, 주변에 너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 항상 그러니까 걱정 마"
결국 다 같은 마음이시겠지만 어머니는 내가 자라는 내내 이런 말도 참 많이 해주시곤 했다. 첫 번째 말은 그럴싸에 보여도 결국 내가 고집이 세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고, 두 번째 말도 어릴 적 나의 인복이야 부모님과 가족인데 우습게 생각해 보면 어머니 자기 자랑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 말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내가 연극을 하겠다고 했을 때, 장사를 한다고 했을 때, 대학원을 들어가겠다고 했을 때도 우리 어머니는 저 말들로 나를 응원했다. 그리고 저 말들은 정말 나에게 플라시보 효과가 되어 더 끝까지 해보려고 하고, 평범한 주변 사람들 일지 모르는 사람들도 인복으로 끌려온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대하게 했다.
지금 나의 삶은 이 세상 위에 있지 않다. 세상의 중심은 이미 많이 멀어져 있다. 심지어 우리 어머니가 바라시던 만큼 내가 크게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불안하지 않다. 나는 일당백을 할 놈이고,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반드시 하는 놈이며, 인덕이 많아 좋은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믿음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어쩌면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비전이나 목표가 아닐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주 어릴 적의 나로 돌아가야 한다. 이 세상 위에 있던 나, 세상의 중심이던 나, 그래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나.
그 당시 우리를 현실의 늪에 빠뜨린 것이 학교라는 공간에서의 비교였다면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내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 이제는 더욱 냉정하게 연봉과 자산, 사회적 위치와 영향력, 나의 경력사항들과 나의 수많은 환경들 심지어 내 가족의 모습도 나의 가치를 비교당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비교하기 시작하면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인간 중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비교하지 말자. 온전히 나의 모습만을 바라보고 비교가 아닌 나만의 특징들을 찾아야 한다. 정말 다른 것이 아닌 특별한 것! 나만의 무기, 장점, 능력, 난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무기들을 가지고 스스로 최면을 거는 것이다. 앞뒤 없이 맥락 없이
난 성공할 것이다. 나는 잘 될 것이다. 나는 원래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결국 대박이다.
어쩌면 우리 부모님들은 여전히 마음속으로 믿고 계실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나의 옹알이만으로 기대했던 나의 찬란한 미래들을 말이다. 그들의 세상에서 여전히 나는 이 세상 위에 있고, 세상의 중심에 서있으니 말이다.
이세 상위엔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 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