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야. 나 같은 팔불출이 한 명 더 있어서

by 박희종

장가를 가기 전, 전에 다니던 회사에는 워킹맘이 여럿 있었다. 같이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게 되면 주로 하는 이야기의 주제가 모두 육아였는데, 그나마 어머니가 조카를 길러주시는 바람에 함께 아이와 살았던 경험이 있던 나는 그나마 덜 어색하게 대화에 참여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혼들은 그들과의 대화를 힘겨워했고, 특히 그들이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랑하거나 칭찬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면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열심히 자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곤 했고, 나는 그 무리에 있으면서도 나중에 나는 절대 저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그러던 내가 아빠가 되었다. 나에게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가 생긴 것이다. 매일매일 아이가 자라는 모습에 놀라워하고, 순간순간 웃는 모습이나 귀여운 표정들에 심장을 강타당하곤 한다. 그런데 너무 힘든 것은 아이의 사랑스러움이나 귀여움을 말할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내가 아이의 귀여움을 마음껏 자랑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은 가족들이 모여있는 가족 단톡방이다. 나는 수시로 아이의 동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며 아이의 변화들과 귀여운 순간들을 공유하게 되는데, 원체 오랜만에 태어난 아이이다 보니 우리 가족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리액션을 보여주곤 한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과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기에 하루에 1번 이상은 올리지 않고, 내가 느꼈던 거에 비에 1000분의 1도 표현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내가 입안에 가시가 돋지 않는 것은 우리 집에 나 못지않은 팔불출이 한 명 더 있기 때문이다.

"아! 우리 아기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정말 이쁜 거 같아"

" 장난 아니지? 진짜 귀엽지? "

" 그렇지? 내 눈에만 귀여운 거 아니지?"

" 아냐 우리 눈에만 이뻐! 우리 새끼라 이쁜 거야"

우리 부부가 농담처럼 하는 대화다. 우리는 아이와 함께 살아가며 하루에 1000번은 넘게 감탄하고 놀라워한다. 순간순간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고 이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같은 대화를 하면서도 서로 질려하지도 서로 적당히 하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이미 둘 다 적당히가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말이 돼서 아이와 셋이 있으면, 서로 번갈아가며 안아주고 놀아 주면서 같은 칭찬과 같은 감탄을 계속한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지치지 않고, 지겹지도 않다.

" 아 진짜 다행이야! 이렇게 아이가 이쁜걸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 맞아! 내가 당신한테 이렇게 말하지 딴 데 가서는 아이 사진도 안 보여 줘"

우리는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원하지 않는 아이의 사진을 보는 것이 얼마나 곤란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 분명히 그 부모의 눈에는 너무나도 이쁜 아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까지 이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굳이 보고 싶은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가 먼저 아이의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사진을 보여주거나 우리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며 나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싫은 것도 아니다. 다만, 잘 참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집에 들어오면 참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절제할 필요도 없고, 아닌 척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미 같은 아이에게 빠진 팬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퇴근해서 만나는 순간부터 아이의 귀여움을 이야기하는데 거침이 없다.

"아까 동영상 보내준 거 봤지? 엄청 귀엽지?"

" 장난 아니야 나 10번은 본거 같아 더 찍은 거 없어?"

" 찍었지 봐봐 엄청 귀엽지?"

" 대박이다. 이건 프사 해야겠다! 대박"

우리는 매일매일 팔불출의 모임을 갖는다. 부부니까, 우리의 아기니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우리 아이의 귀여움을 감탄하고 칭찬하며, 모든 부모들이 그런 것처럼 우리 아이만의 천재성이나 빼어난 곳을 찾기도 하고, 아이에 대한 비래를 맘껏 상상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진짜 다행이다. 나 같은 팔불출이 집에 한 명 더 있어서"

아마 우리는 앞으로도 이 팔불출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아마도 아이의 존재와 그 존재의 기쁨을 온전하게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완벽함이라는 단어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