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하우스_7

이번엔 소설이다_장편

by 박희종

하준이 형은 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음악 프로그램 MC를 맡고 있다. 관객이 있는 스튜디오 무대에서 신인 음악가들을 소개하고 라이브 음악을 듣는 프로그램인데, 하루에 2주치 촬영을 진행하기 때문에 격주 목요일 저녁 8시부터 12시까지 녹화 스케줄이 있다. 라디오는 트러스트의 드럼 연주자 박민혁이 진행하는데, 매주 금요일은 트러스트 전 맴버가 다 함께 출연하는 코너가 있어서 매주 금요일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라디오 고정 스케줄이 있다. 고정 스케줄은 이 두 개다. 그 이외에 각종 페스티벌 공연이나 지역 축제에는 한 달에 2~3번꼴로 섭외가 되는 것 같다. 그 외에 매년 연말에 트러스트 콘서트가 있어서 여름부터는 일주일에 1~2번씩 콘서트 합주 연습을 한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준이 형의 일정을 자세히 알고 있는 이유는 하준이 형이 저 일정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모두 내 집에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형 뭐예요?"

친해지고 나서부터 점점 우리 집에 놀러 오는 것이 잦아지더니, 어느 날인가부터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하준이 형이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신의 소파에서 음악을 듣고 휴대폰 게임을 하는 모습에 내가 혹시 이 집에 얹혀사는 건가?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형! 왜 자꾸 여기 와서 이러고 계세요? 훨씬 좋은 집 놔두고서!"

"아. 뭔가 어색해! 역시 내가 오래 쓰던 짐들이 더 편한 거 같아."

"아니. 그럼 차라리 바꿔요! 그 가구들을 저 주세요!"

"에이~ 또 그건 아니지. 팬이 선물한 건데, 그걸 어떻게 남한테 막 주냐? 섭섭하게! 나 그런 사람 아니다."

"아니 그럼 어떤 사람인데요? 주인한테 말도 안 하고 남의 집에 막 들어와서 놀고 있는 그런 사람이요?"

"야! 너! 섭섭해! 어떻게 우리가 남이냐? 내가 너한테 해준 게 얼만데"

"아까는 남이라면서요! 선물 받은 거를 어떻게 남한테 막 주느냐면서요?"

"그거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준호야! 너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 왜 이렇게 오자마자 화를 내고 그래? 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어이가 없으니까."

"뭘 또 어이가 없어? 그냥 이웃사촌끼리 왔다 갔다 하면서 편하게 사는 거지. 너 밥 안 먹었지? 우리 아줌마가 반세오 해놨어! 너 그거 좋아하잖아! 반세오에 맥주나 한자 하자."

솔직히 나는 진짜 모르겠다. 그동안 혼자 사는 것이 편해져서 누군가 내 공간에 막 들어오는 것이 싫기도 하다가, 혼자 하던 것들을 함께 하는 재미가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이 상황이 내가 강하게 거부할 만큼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런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안다. 하준이 형은 유난히 이 집을 좋아하고, 마치 친구가 없는 것처럼 나하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심지어 내 친구들하고도 말이다.


"형님! 저 기억하십니까? 프라미스 3기 민석입니다!"

"모르지. 내가 어떻게 알아? 프라미스가 얼마나 많았는데... 미안하다."

"아! 괜찮습니다. 그냥 혹시나 했어요. 저희가 3형제라서 나름 팬클럽 사이에서도 유명했거든요!"

"아! 3형제? 그 맨날 나랑 옷 똑같이 입고, 매번 콘서트 앞쪽에 앉아서 소리 지르던! 매니저가 많이 얘기했어! 웃긴 놈들 있다고! 그게 너야? 네가 몇짼데?"

"막내요! 형님"

"아. 그렇구나! 너희가 키도 크고 옷빨도 좋아서 매니저가 우리 무대의상도 자주 줬다던데"

"맞습니다. 형님 지금 입고 있는 것도 형님이 주신 옷입니다"

민석이가 처음 우리 집에 오던 날. 희한한 가죽 바지에 구멍 난 체크 남방을 입고 왔길래, 미쳤나 했는데 알고 보니 하준이 형 옷이었다. 민석이는 형들에게는 절대 비밀로 하고 우리 집에 혼자 놀러 왔다. 물어보니 하준이 형과의 관계는 오로지 자기만 독점하고 싶다고 했다.

일정이 없으면 항상 우리 집에 죽치고 있는 하준이 형과 하루가 멀다고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자고 가는 민석이 덕분에, 나는 혼자 살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심지어 하준이 형이 트러스트 멤버들과 친한 연예인들을 불러서 집들이를 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에게 자기 집은 구경만 시켜주고는 내 집으로 몰려왔다.

" 야. 여기는 너 예전에 살던 집이랑 똑같다. 어떻게 20년 동안 하나도 달라진 게 없냐? 많이 낡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야! 저 강하준 미친 새끼가 얼마나 관리를 했겠냐?"

"그래 오빠가 좀 강박 같은 게 있어!"

"야. 뭔 소리야!"

트러스트 멤버부터 시작해서, 지금 예능에서 한참 나오는 작곡가 민태영, 얼마 전에 영화에서 대박 난 이호준, 10년 넘게 화장품 모델을 하는 이미나도 왔었다. 모두들 나이가 많은 연예인들이었지만, 연예인은 연예인이어서 기본적으로는 풍기는 포스가 남달랐고, 그렇게 화려한 사람들 사이에 앉아있는 나는 마치 방송국에서 나가는 길을 못 찾아 헤매는 방청객 같았다.

"근데 누구셔?"

"집주인! 인사해. 다들 알지?"

"아. 알죠. 그럼요."

"안녕하세요! 하준이랑은 어떤 관계예요? 이쪽 일하시는 분 같지는 않은데."

"아! 그냥 내 동생 같은 애야. 내 원래 집은 저 옆집이고, 그냥 편하게 왔다 갔다 살고 있어!"

"야! 진짜 친한 사이구나! 저놈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방 쓰고 그런 것도 병적으로 싫어하는데"

"맞아! 우리랑 공연 가도 꼭 방은 따로 잡아야 하잖아?"

"야 됐고! 준호야! 여기 있는 사람들하고도 앞으로 편하게 형누나 하면서 지내!"

"그래! 좋다!"

"야. 그래 이번 기회에 우리 정기 모임이나 만들자. 여기 딱인데, 공기도 좋고, 집도 좋고! 우리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파티하자! 파티!"

"좋지! 난 먹을 것만 사 오면 언제든 환영이야!"

나에게 물어도 보지 않고, 하준이 형은 내 집에서 모임을 만들었다. 그날 이후로 그 연예인들은 참 성실히도 모임에 참석했고,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던 나도 점점 더 지치기 시작했다.

"준호야! 너 오늘 표정이 좀 안 좋다. 내 방에서 좀 자! 여기 있으면 다들 너무 시끄러우니까. 잠 못 잔다. 어서"

"그냥, 형들이 좀 가면 안 돼요?"

"야! 다들 여기를 너무 좋아하잖아! 그니까 네가 그냥 내 방에서 편하게 쉬어!"

유난히 몸 상태가 좋지 않던 날. 웃지도 않고 소파에 앉아서 음식을 깨작대다 보니, 하준이 형이 자신의 집에 가서 자라고 했다. 솔직히 너무한 거 아니냐고 따질까도 했지만, 그럴 힘도 없어서 터벅터벅 하준이 형네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몸이 좋지 않아서 천천히 땅을 보고 걷고 있었는데, 다 와서 보니 현관 앞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깜짝 놀라서 천천히 다가갔더니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밥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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