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보입니다.

by 박희종

아빠 품에 안겨 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엄마 품에 안겨 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허리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두리번두리번 세상 구경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걸음이 시작되니, 걷는 것도 좋았습니다.
엄마를 놓칠라, 아빠를 잃을라,
두 손 꼭 잡고 걷는 것이 좋았습니다.

걸음이 뜀이 되고, 두려움이 호기심이 되자
친구와 같이 뛰노는 그 길이 더 좋았습니다.
하루 종일 깔깔대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걷는 길에 방향이 생기고,
걸음걸음에 목표가 생기자
내 앞에, 내 뒤에 부모님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리오라 손짓하여, 좋은 길을 알려줍니다.
조심하라 걱정하며, 먼저 지나 손 내밉니다.
조금이라도 수월하라 대신 짐을 덜어주고,
조금이라도 덜 지치게 힘껏 등을 밀어줍니다.

그렇게 한참을
아버지의 등을 보고,
그렇게 한참을
어머니의 기운으로,
그렇게 한참을
앞만 보고 걸었습니다.

걷다 보니 나와 같은 사람이 생겼습니다.
같이 걷다 보니 마주 보며 웃는 일도 생겼습니다.
두 손 잡아 걷다 보니 둘만 걷는 기분입니다.
함께 앞을 바라보니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함께 걷는 내 품에도 생명이 피었습니다.
마주 안은 품 안으로 어린싹이 피었습니다.
작고 작은 그 생명이 우릴 또 걷게 합니다.
점점 무거워지는 걸음에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아빠 품에 안겨 가는 것을 그렇게도 좋아합니다.
엄마 품에 안겨 가는 것을 그렇게도 좋아합니다.
허리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두리번두리번 세상 구경하는 것을 그렇게도 좋아합니다.

이제서야 보입니다.
내가 걸어 온 길도.
내가 걸어갈 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