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에 어머니가 페이스톡을 걸어오셨다

어머니의 스마트한 세상

by 박희종

아이를 재우고 오랜만에 좋아하는 드라마를 한편 보려고 하던 참이었다. 소소한 과자와 시원한 맥주도 준비했다. 안방을 차지하고 잠들어 있는 아이 덕에 우리는 좁은 소파에 엉켜 작은 태블릿 PC로 드라마를 다운로드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어머니에게서 페이스톡이 걸려왔다,

"엄마?"

"애기 자니?"

"어? 자지 그럼 지금이 몇 신데"

"아 그럼 됐다"

"어?"

어머니는 쿨하게 전화를 끊었고, 와이프와 나는 3초 정도의 정적을 지나 빵 터졌다. 그리고는 아이와 영상통화를 하지 못해 아쉬워하실 어머니를 위해 그 날 찍어두었던 아이의 수영 동영상을 바로 보내드렸다.

실은 이 상황이야 뭐 특별하지 않은,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놀라운 이유는 우리 어머니는 스마트폰을 잘 못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는 올해로 77세가 되셨다. 이미 휴대폰이 흔해졌을 때도 나이가 많으셨었고, 스마트폰 세상이 열렸을 때는 관심도 없던 분이다. 매번 내가 어머니의 핸드폰을 바꿔드리고 있는데, 항상 효도폰을 구매해서 단축번호에 자식들과 손주들의 번호를 입력해드리면 정말 휴대폰을 전화의 용도로만 사용하시는 분이다. 심지어 문자도 잘 확인을 못하셔서 내가 한 번씩 확인하고 지워드릴 뿐만 아니라 휴대폰에 있는 음악 재생 기능도 당연히 사용을 못하셔서 내가 사드린 큼지막한 효도 라디오를 가지고 좋아하시는 노래를 듣고 다니시는 분이다. 그런 어머니께서 밤 11시에 페이스톡을 보내신 것이다.


무려 페이스톡을!!

어머니의 스마트한 생활은 3년 전에 시작되었다. 요즘에는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신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에게 여쭤보니 한번 사용해보시겠다고 하셔서 사드리게 되었다. 뭐 시작은 효도폰과 다르지는 않아서 화면에 자식들과 손주들의 전화번호를 사진과 같이 저장해서 바로 전화 걸기 위젯을 설정해드렸고, 기본적으로 전화받는 법과 거는 법만 알려드렸다. 그러다가 카톡을 가입시켜드려서 대화방에 초대해드렸더니 톡을 읽으시는 것까지는 하실 수 있었다. 다만 문자를 입력하는 것은 너무 어려워서 보통은 자식들이 하는 대화를 눈팅만 하시다가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바로 전화를 거시곤 하셨다.

그다음 단계가 사진과 동영상을 보시는 것이었다. 우리가 아이를 낳았을 때, 처음에는 손주를 보고 싶은 마음에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를 몇 번이나 오고 가셨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너무 멀다 보니 더 이상 오가실 수는 없었고, 결국 보고 싶은 마음을 동영상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내드리면 저장하는 방법과 보는 방법을 알려드렸고 스스로 보실 수 있게 되시자 한동안 매일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드렸다. 그래도 어머니는 다운로드하여 보시는 것은 해도 메시지를 보내지는 못하셔서 동영상이나 사진에 대한 후기는 바로 전화 통화로 이어 진곤 했다.

그리고 드디어 페이스톡의 영역까지 넘어오게 되셨다. 아이가 한창 잘 웃고 이쁜 짓을 하는 시기가 되자, 할머니에게 아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영상통화를 알려드리고자 마음먹었는데, 처음에는 나조차도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나마 가깝게 살고 있는 누나에게 부탁을 했었다. 하지만 누나도 쉽게 시간이 나지 않아서 나는 원격으로 알려드려 보기로 했다.

" 엄마, 내가 지금 영상통화를 걸꺼야. 전화가 오면 전화기 화면 아래쪽에 녹생 동그라미랑 빨간색 동그라미가 생길 거야. 그럼 녹색 동그라미를 누르면 돼요"

그렇게 자세히 알려드려도 어머니는 쉽게 하지는 못하셨지만 그래도 서너 번의 시도만에 성공을 하셨다. 물론 한번 성공하셨다고 해서 계속 잘하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와이프가 낮에도 어머니에게 페이스톡을 많이 걸어주다 보니 금세 익숙해지셨다. 하지만 설마 그렇다고 해도 어머니께서 직접 페이스톡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어려운 것을 어머니가 해내신 것이다.

심지어 알려드리지도 않았는데!!

세상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기술들이 우리의 삶에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기술을 모든 사람들이 누리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간절한 사람이 조금 더 필요한 사람이 더 빠르게 받아들이고 적응해나가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스마트한 생활이 그렇게 필요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하지만 예쁜 손녀가 태어나고 매일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다 보니 어머니의 삶을 스마트하게 바꾸고 있는 것이다.

나는 조금 더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아이가 좀 더 커서 말도 하고 대화도 할 수 있게 되면, 어머니와 아이가 서로 보고 싶을 때마다 영상통화를 걸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말이다. 어쩌면 내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서로가 금세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변하게 하는 것은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그 변화들 마다 나는 점점 더 큰 행복을 느낀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기가 살아갈 세상을 행복하게 바꿔놓는지도 모르겠다. 자기도 그 안에서 맘껏 행복하게 자라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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