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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Aug 04. 2020

엄청 졸린데 놀고는 싶고.

10개월 수면 퇴행기

 아이의 수면 퇴행기가 찾아왔다. 재우러 들어가면 5분 안에 잠들던 천사 같던 아이가 안 자려고 기를 쓰기 시작했다. 불을 끄고 문을 닫으면 큰소리를 울기 시작하고 눕히려고만 하면 기를 쓰고 일어나서 도망 다니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도 눈은 얼마나 좋은지, 꼭 가지고 놀면 안 되는 것들만 기를 쓰고 달려든다.

 새벽에 자다가도 자주 깨는 아이는, 예전 같으면 옆에서 토닥여주면 금세 다시 잠이 들곤 했는데, 지금은 새벽에도 놀고 싶어서 난리가 난다. 심지어 노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자다가 벌떡 일어나 울다가 후두둑 달려간 나를 보며 신나게 웃기도 하고, 꿈에서도 노는 꿈을 꾸는지 자다가 히죽히죽 웃기도 한다.

 아이가 우리와 장난치며 노는 것도 늘었고, 우리의 액션에 반응도 더 활발해져서, 너무 귀엽고 즐겁기는 한데, 그만큼 깨어있는 시간들이 늘어나다 보니 우리의 체력도 점점 더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이 모든 단계가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이고, 아이의 인지력이 높아져서 세상이 더 재미있어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크게 아프지 않고, 큰 이상 없이 잘 커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기는 하지만, 힘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다만, 우리의 희망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다. 예전에도 잘 들지 않는 아이 때문에 밤을 지새우던 시기가 있었고, 잘 먹지 않는 아이 때문에 걱정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우리의 고민보다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곤 했다.

 새벽에 아이가 깨서 울면 나는 잠결에 뛰어가서 아이를 안아준다. 아이는 마치 아는 것처럼 내가 거실을 지나가는 순간부터 울음이 그치기 시작하고, 내 목소리에 진정을 한다. 그리고 안아주면 언제 울었냐는 듯이 금세 잠이 다. 아이는 새벽에 나의 잠을 깨워 나를 피곤하게도 하지만, 새벽에 아이를 안아볼 수 있는 기회도 준다. 그리고 잠이 들지 않으려고 버티면서 나를 더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자장가 10곡을 더 불러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육아는 힘들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가는 것이 더 아쉽다. 이 힘든 단계는 분명히 지나갈 것이지만, 이 순간의 아이는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어도 조금만 더 천천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아이는 오늘도 자기 싫어서 엄마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힘든 엄마의 다리를 붙잡고 귀엽게 졸면서 또 하나의 추억을 엄마에게 새겨주고 있다. 엄마와 아빠가 평생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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